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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온라인으로 석사 딸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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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23면

사이버대학이 재학생 6만 명 시대를 맞았다. 수업에서 평가까지 100% 인터넷으로 가능하고 학비가 저렴해 사이버대학에서 실무에 필요한 공부를 계속하려는 고학력 직장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포토]

23일은 정순훈(56) 배재대 총장에게 아주 특별한 졸업식이었다. 총장으로서 5년 동안 학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기만 했던 그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지 36년 만에 다시 대학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법학박사 학위까지 있는 정 총장이 서울사이버대 중국학부를 굳이 다닌 이유는 뭘까. 그는 “중국에서 한국어 연수생 등 유학생을 유치하려다 보니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2005년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고 말했다.

졸업생 3만 명 배출 사이버大, 또 한번 업그레이드

해외 출장이 잦은 정 총장에게 컴퓨터만 있으면 자신이 편한 시간에 언제든지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이버 대학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정 총장은 “학위보다도 실질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중국어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01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사이버 대학이 7년 만에 약 3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지난해 10월 기준). 재학생은 6만여 명에 이른다.

현재 2년제 대학 두 곳과 4년제 대학 15곳 등 전국 17개에 이르는 사이버 대학은 올
해 큰 전환점을 맞는다. ‘평생교육시설’에서 방송통신대처럼 ‘고등교육기관’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교육부는 19일 사이버대가 ‘원격 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도 사이버대를 졸업하면 오프라인 대학을 졸업했을 때와 똑같이 학력을 인정받는다. 이은주(38·여)씨는 지난해 한국디지털대 실용외국어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지난해 서울디지털대 졸업생의 12%인 약 460명이 국내외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렇다면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는 ‘대학’이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원격 대학 되면 취업·진학 차별 덜 받아”

관계자들은 “사회적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록 학사 자격에는 차이가 없지만 ‘평생교육시설’과 ‘대학’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 대학이 되면 취업·진학 등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격 대학으로 바뀌면 대학원 개설이 가능해진다. 이르면 2010년부터 온라인 석사 과정이 생긴다. 100% 원격 강의로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방송통신대 석사는 수업·평가 등 과정의 30%가량을 오프라인으로 받아야 한다. 시간·비용 등의 이유로 오프라인 대학원에 진학할 수 없었던 사람이라면 사이버대 대학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경희사이버대·세종사이버대·한양사이버대 등 설립 재단에서 오프라인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2010년에 석사 과정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원격 대학은 해외의 오프라인 대학들과 학점 교류도 가능해져 다양한 강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필요한 강의만 골라 듣긴 힘들어져

하지만 정규 과정에 등록하지 않고 ‘시간제’로 필요한 강의만 들으려던 이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1~4학년 전체 정원만큼 받을 수 있는 시간제 학생 수를 새 법안은 입학 정원만큼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학생 수가 많은 서울디지털대의 경우 시간제 학생 정원이 1만2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어든다. 지난 학기 시간제로 등록한 학생이 6000명이었는데 앞으로 절반가량은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신상철 서울디지털대 사무국장은 “직장인들이 업무에 필요한 강의만 골라 들을 수 있는 재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입생 30%가 전문대 졸 이상

사이버대는 시험과 일부 수업엔 꼭 출석해야 하는 방송통신대와 달리 수업에서 평가까지 100%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정 총장처럼 업무가 바쁜 직장인들이 몰리는 이유다. 가수 김원준(서울디지털대 졸업), ‘미녀들의 수다’의 사오리(경희사이버대 3학년) 등 일정이 불규칙한 연예인이나 프로게이머·운동선수도 선호한다.

지원 자격이나 선발 기준이 느슨한 것도 학생이 몰리는 데 한몫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고, 수능 점수나 고교 내신 등의 성적 대신 지원동기서만 심사한다. 학비도 한 학기에 약 100만원(학점당 5만~8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이미 대학을 졸업했지만 직장과 관련된 실무를 더 배우고 싶거나 전직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지원한다. 지난해엔 전문대졸 이상 신입생이 약 30%로 5년 전(12.6%)의 2.5배로 늘었고, 대학원 이상 졸업자도 4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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