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로 휘는 허리 새 정부가 펼 수 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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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14면

지난해 화제를 모은 TV 드라마 ‘강남 엄마 따라잡기’에서 남편과 사별한 주인공은 아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한다. 취객들의 술주정을 받아내다 눈물을 쏟는 주인공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건 ‘웬만큼 산다’는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남편이 승진한 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좀 쳐야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골프장 이용료를 묻더란다. 20만~30만원은 들 거라는 남편의 대답에 아내가 대뜸 하는 말, “그 돈이면 우리 아이 학원을 두 곳은 더 보낼 수 있는데….”

통계청과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부모 3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교육비 실태를 2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는다. 이들이 지출한 사교육비를 단순 계산하면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평균 4370만원이다. 그러나 이는 전국 평균이다. 서울의 과외비는 읍·면 지역의 2.3배 수준이다.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과외비도 덩달아 올라간다. 어학연수비 등을 포함하면 훨씬 많아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다. 입시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월 평균 26만원이나 된다. 일반 고교생의 66% 수준이다. 피아노나 태권도 등 예체능 분야의 과외가 많은 까닭이다. 여기에다 저학년에게 영어 과외를 시키는 것이 일반화됐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까지 불어닥친 영어 바람은 유아교육비 상승의 주범이다(서울지역 초등학생 학부모의 30%는 자녀가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새 정부가 내일 출범한다. 경제 살리기, 법 질서 바로잡기 등 시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교육 관련 현안도 뒤로 밀쳐 놓을 수 없다. 특히 과외비 부담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다. 이명박 당선인이 내건 공교육 강화 프로젝트에 온 국민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차분히, 최소한 5년 후를 내다보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주

20일 경기도 용문산에 육군 헬기 추락, 7명 순직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 6층 화재 발생
21일 정호영 특별검사 수사 결과 발표
21일 김한중 연세대 총장 취임

▶이번 주

24일 대통령 취임 전야제(오후 11시30분·보신각)
26일 국회, 차한성 대법관 후보 임명동의안 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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