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정부조직법 재미 본 손학규 비판

한나라당 강재섭(사진) 대표가 발끈했다.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략과 사심에 따른 국정 발목 잡기가 정치적 리더십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강 대표는 전날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이 손 대표의 ‘양보와 결단’에 따른 것이란 일각의 평가에 대해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나중에 치료해주는 것이 대단한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흥부보다 놀부가 빛을 봐선 안 된다. 무책임한 막가파 정치는 강력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강 대표의 분노는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 이후 “별 재미를 못 봤다”는 당내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결과적으로 양당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손 대표가 해양수산부를 양보하면서 극적 타결을 이룬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협상 내용에서도 통일부·여성부를 내주는 등 원안에서 몇 걸음 후퇴해 “한나라당이 얻은 게 별로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 대표가 “(손 대표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뒷다리를 걸다가 나중에 벼랑 끝에 가서 일을 처리한 것이 정상 출범에 협조했다는 식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펄쩍 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총선표를 겨낭하고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특정인이 하는 정치쇼” “새 정부가 절룩거리면서 겨우 출범하게 만들어 놓고 대단한 정치적 리더십이 있는 정당인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는 등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도 거들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 대표라는 사람이 주도해서 자기 개인적인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원내대표들의 협상을 가로막았다”며 가세했다.

그는 또 민주당 일부 여성 의원이 청소년위원회를 여성부에 편입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제출할 조짐이 보이자 “합의한 내용을 잉크도 마르기 전에 수정안을 내서 뒤집는다면 국민 배신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손 대표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다 여론이 악화될 것 같으니까 마지막에 발을 돌렸는데 그게 무슨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냐”며 한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대변인은 “비정상적으로 탈선했던 열차가 정상 궤도로 들어온 것 뿐인데 그게 무슨 정치적 리더십이냐”며 “이런 비정상적 정치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그러나 당 내에선 “민주당에 너무 밀린 것 같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한 의원은 “소수당의 한계에다 빨리 새 정부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