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과의사도 배워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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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램브란트치과 김범준 원장(가운데)이 일본에서 수강차 온 치과의사들에게 새로 개발한 임플란트 시술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카멜프레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23일 오후4시쯤, 서울 구로구 코오롱 사이언스밸리 빌딩 내 제일메디칼코포레이션 세미나실. 도쿄 등에서 온 일본 치과의사 20여명이 돼지 뼈를 앞에 놓고 드릴 같은 것으로 열심히 구멍을 뚫고 있다. 그 중에는 일본 임플란트 인정의 심사위원도 포함돼 있다.

40여일 후인 지난 3일 같은 장소. 역시 일본 치과의사 10명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치과의사들. 이들은 대체 왜 이곳으로 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치과의사가 개발, 세계 특허 출원 중인 획기적인 임플란트 수술법을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5월 일본임플란트학회장(오사카치과대학장) 등 12명이 와서 이 수술법을 처음 배우고 간 이래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일본 치과의사 60여명이 이론을 익히고 실습도 하고 갔다. 다음달 16일 5차 강의, 5월4일과 6월15일 6·7차 강의가 예정돼 있다.

이들은 매회 하루 8시간 동안 강의를 듣고 실습도 한다. 1인당 100만 원 정도의 강의료도 낸다. 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한국의 치과의사 3명이다. 서울 서초동 시카고 램브란트치과 이홍찬(치의학박사)·김범준 대표원장, 목동 서울탑치과 염문섭 원장이다.

임플란트 수술이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지 30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수술법이 발전돼 안정성과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위 어금니 인근 치아 자리에 임플란트를 할 때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위 어금니 뿌리 위에는 상악동이라는 빈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축농증을 일으키는 부위다. 어금니가 상해 뽑으면 상악동 공간은 더 커지고 이로 인해 그 부위 치조골(잇몸뼈)의 양이 줄어든다. 이 부위의 뼈는 다른 곳보다 무르고 얇아 그 상태로는 대개 임플란트를 심을 수 없다. 그래서 먼저 치조골 안쪽 상악동 내에 뼈이식을 해 뼈를 두툼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지금까지는 두 가지 수술법을 적용해 왔다. ‘윈도우 테크닉’과 ‘오스테오톰 테크닉’이다. 이들 두 가지 시술법은 상악동 안으로 뼈를 이식하기 위해 상악동 뼈의 일부를 깨뜨려야 한다. 두개골을 망치 등으로 부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술부위가 많이 붓고 감염의 우려가 높다. 동맥 손상의 위험도 있다.

이·김 원장은 10여 년간의 연구 끝에 뼈를 깨지 않고 간단히 뼈를 이식할 수 있는 수술법을 개발, 세계적으로 보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OSC(On-site Sinus Compaction)테크닉이다.

이 수술법은 임플란트를 심을 부위에 외부에서 작은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물질을 넣어 뼈를 이식한다. 구멍을 내기 위해 드릴 작업을 하지 않는다. ‘피조 인서트’라는 작은 기구로 초음파를 쏘아 잇몸뼈에 구멍을 낸다. 뼈 이식 후, 그 구멍에 바로 임플란트를 심는다. 때문에 수술이 매우 간단하고 쉽다.

이 원장은 “마치 과거 외과적으로 크게 절개하는 수술이 내시경 수술로 바뀐 것과 같이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 시술용 피조 인서트와 피조 패커에 대해 지난해 9월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일본·미국에 특허 출원 중이며 EU·중국에도 특허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원장은 이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의 임플란트 센터에서 임상의와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다. 이 원장은 이론적인 수술법 개발, 김 원장은 이를 기반으로 실제 수술에 적용하는 시술법을 개발했다. 쉽게 말하자면 원천기술과 생산기술을 나눠 개발한 셈이다.

이 원장은 2005년부터 일본임플란트학회 등 국내외 학회에 12회에 걸쳐 OSC테크닉을 발표했다. 그 덕분에 해외에서는 많이 알려져 미국인명사전(ABI)에 ‘2006년의 인물’로 선정돼 등재됐다.

국내에서도 기술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6년 9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25회(일본 치과의사 대상 4회는 별도)에 걸쳐 연수회를 열고 시술법을 가르쳤다. 연수를 받은 치과의사는 전국 곳곳 600여 명이나 된다.

오는 4월 일본 니혼대학에서, 9월13일 전일본 임플란트학회에서 강연한다. 올 상반기 중 이탈리아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12월에는 마닐라에서 개최예정인 국제구강임플란트학회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이 부위의 임플란트 시술에 관한한 세계적으로 ‘의사 중의 의사’인 셈이다.
02-583-2804. 

조용현 객원기자 jow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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