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혜의메이저밥상] 매콤한 맛 낙지볶음 나만의 비법은 ‘만능 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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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창현(스튜디오 707)

결혼은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다. 결혼 뒤 찬호씨는 특별하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연애할 때와 다르게 서로 맞춰야 할 일과 양보해야 할 일이 생겼다. 특히 찬호씨랑 나는 서로 자란 환경(나는 도쿄의 메구로, 찬호씨는 충청도 공주)이 달라 다른 부부들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맞춰야 했다.

그중 하나가 매운 맛을 좋아하는 찬호씨에게 내 입맛을 맞추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싱겁게 요리하는 친정 엄마 음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냄새만 맡아도 재채기가 나는 매운 청양고추를 새빨간 고추장에 찍어 먹는 사람도 많다. 나는 아직도 매운 맛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찬호씨가 일본 음식을 먹고 가끔 뭔가 빠진 듯하다고 말할 때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찬호씨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나고 스트레스가 풀린단다. 그런데 나는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지 경험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운 맛의 대명사인 고추 속의 캡사이신(Capsaicin·씨가 붙어 있는 하얀 부분에 많다) 성분이 암 발생 위험을 낮춰 주고 소화를 도와 준다지만 말이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찬호씨를 위해 준비하는 메뉴는 낙지볶음이다. “낙지볶음은 매워야 제 맛”이라는 찬호씨를 위해 최대한 맵게(순수하게 내 기준에서 매운 맛이다) 만든다. 이때 ‘리혜표 만능양념’이 톡톡히 제 몫을 한다. 이 양념장은 시어머니와 이모(일본에서 한국요리 연구가로 활동 중)에게서 배운 한국 요리에 맞춰 내가 직접 개발했다. 매운 한국요리를 만들 때 넣으면 칼칼한 맛을 살릴 수 있어 더없이 좋다. 그래서 넉넉하게 만들어 두었다가 찌개나 볶음요리 등에 다양하게 쓴다.

낙지볶음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소금을 뿌려 낙지 빨판에 낀 더러움이 빠질 때까지 바락바락 주물러 씻기. 둘째, 볶을 때 물이 생기지 않도록 낙지를 미리 끓는 물에 데쳐 내기. 마지막으로 프라이팬에서 채소, 낙지, ‘리혜 양념’을 넣고 재빨리 볶기. 그래야 낙지가 질겨지지 않는다. 빨간 양념 옷을 입은 낙지볶음. 어찌나 매운지 내 젓가락은 도저히 두 번 이상 가지 않는다. 그래도 찬호씨는 더 매워야 한다면서 콧등에 땀을 훔치며 맛있게 먹는다.

■재료(4인분)=낙지 2마리(680g), 양파 2/3개, 당근 1/4개, 풋고추 2개, 포도씨유 1큰술, 양념장(리혜표 만능양념 3큰술, 정종 3/2큰술, 맛술 3/2큰술, 간장 2큰술)

■리혜표 만능 양념(사진)=고추장 250g, 고춧가루 5큰술, 만능간장 5큰술, 맛술 3큰술, 다진마늘 1큰술

■만능(양파) 간장=간장 300mL, 생강 20g, 맛술 4큰술(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도록 전자레인지에서 살짝 돌린다). 채 썬 양파 200g, 설탕 3큰술, 할라피뇨 3개, 다시마(4×4㎝)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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