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후보 지원공개선언 속뜻-DJ,정치에 한발 더 바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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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이 16일 오전 일본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예정에 없었기 때문에 기자들은 주목했다.
이 자리에서 金이사장은 6월 지방선거때 『민주당후보를 당원의한사람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민주당후보에 대한 공개적인지원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물론 정계복귀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그러나 이 발언을계기로 그는 정치쪽에 한발 더 들여놓을 것이 분명하다.金이사장은 『레이건이나 부시대통령도 정계를 은퇴했으나 정치발언을 하고자기당(黨)지지도 한다』고 미국풍토를 들기도 했다.
일본방문중 金이사장은 기자회견때마다 정계복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그는 『정계은퇴 당시의 조건과 심경에 변화가 없다』고 답변했다.그러나 「조건」이라는 미묘한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을놓고 일부 일본언론에서는 정계복귀를 시사한 것으 로 분석했다.
그의 발언은 지방선거분위기에 당장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3金1TK(대구.경북)」의 지역 편가르기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그의 발언으로 지방선거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이사장,김종필(金鍾泌 )자민련총재간의 신 3金대결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이 확실하다.선거의 긴장도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특히 金이사장은 민주당 경선에 중립을 표시하면서도 『서울시장후보로 조순(趙淳)前부총리가 지명되면 당선되도록 응분의 협력을하겠다』고 했다.趙前부총리의 영입은 그의 의중이 반영된 「작품」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그의 향후 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민주당은 호남을 빼놓고 이길 만한 곳이 서울이다.물론 서울에서 이기면 전체를 석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여기서 민주당이 지면 金이사장의 영향력은 급격히 축소된다.이기면 향후 정국 질서개편에서 결정적인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때문에 그의 언급은 서울선거의 필승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당내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반발을 낳고 있다.민자당은 국민과 약속한정계은퇴의사를 노골적으로 번복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민주당에서는 경선을 둘러싼「김심」(金이사장 의중)논쟁이 더욱 일 것으로 보인다.그는 『열손가락을 깨물어도 안아픈 손 가락은 없다』고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김심」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金이사장은 일본방문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한다.그는 무라야마 총리를 비롯,연립 3여당의 당수를 모두 만났다.73년 납치사건의 과거를 매듭짓 고 韓日 국민협력의 신시대를 여는 「미래파」로서의 이미지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귀국후 그의 구체적인 선거지원방안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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