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특검' 한계 드러낸 이명박 특검 … 허무한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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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특별검사팀이 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 모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써 지난해 검찰수사 결과와 하등 다를 바 없는 '하나마나한' 특검이 되고 말았다.

애당초 '이명박 특검'은 지난해 12월6일 법안 발의 당시부터 특검팀이 출범하기까지 '소모적인 정치공방에 의한 국력 낭비'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규명해 비리를 척결하는 일은 다소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특검 수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에서 이미 결론이 난 내용인데도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나 특검의 실효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4월 총선을 겨냥해 만들어진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셌던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지난해 12월26일 특검법이 의결된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이 "특정한 개인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삼는 등 법안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낸데다 이 당선인의 처남 김재정씨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특검법안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10일 참고인을 법원 영장 없이 구인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만 일부 위헌 결정을 선고함에 따라 탈많고 말많던 특검은 일단 논란을 가라앉히고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특별검사 인선에 있어서도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검을 해봐야 더 나올 것도 없다는 예상이 팽배한데도 대통령 당선인을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유능한 베테랑 검사 출신 변호사들 모두가 특검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특검이 검찰 간부출신이 아닌 판사출신으로 임명된 것도 이때문이다. 수사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이 특검 수사에서 과연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특검보 인선도 마찬가지여서 임명된 특검보 5명 중 김학근 특검보만이 검사 출신이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동안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해 한독산학협동단지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였으며, 도곡동 땅 및 다스 차명보유 의혹과 관련해서는 임의제출 형식이긴 하지만 다스 본사 등 3곳에 대해 실질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다량의 회계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또 BBK, 도곡동, 상암 DMC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납세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고, 김만제(73) 전 포항제철 회장과 이장춘(68) 전 싱가포르 대사 등 지난해 검찰이 조사하지 않았던 주요 참고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관련 진술을 확보했지만, 주요 의혹에 대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지난 17일에는 이 당선인에 대한 방문조사를 통해 BBK 명함, 광운대 동영상, 언론 인터뷰 등 검찰 수사에서 제외됐던 의혹에 대한 진술을 들었지만 새롭게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록 방문조사 형식이기는 했지만 두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수사를 끝낸 지난해 검찰 수사때에 비해 특검의 체면을 살릴 수는 있었지만 조사시간이 채 3시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겉치레 조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결국 결론이 지난해 검찰 수사때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어 이번 특검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애당초 한계를 지닌 채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특검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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