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대 기록분석-개막전 스타는 영원한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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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개막전의 스타가 진짜 스타다.
개막전도 시즌 1백26경기중 한 경기일 뿐이다.그러나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또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는 점에서 개막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따라서 첫 경기에서 「큰일을 저지르는 것」은 스타기질이 풍부한 선수만이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까지 기록된 1백41개의 만루홈런 가운데 82년 3월27일 동대문구장에서 나온 이종도(李鍾道.당시 MBC)의 만루홈런은 지금까지의 홈런중 가장 극적인 것으로 기억된다.
이종도는 이 땅에 프로야구시대가 처음으로 열리던 날 「축포」처럼 쏘아올린 이 한방의 홈런으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개막전의 사나이」가 됐다.
지금까지 기록을 따진다면 한대화(韓大化.LG)와 장호연(張浩淵.OB)이 단연 「개막전 단골스타」다.
83년 OB에 입단했던 韓은 자신의 프로데뷔전인 83년 對MBC전에서 3점홈런을 기록한 것을 비롯,지금까지 개막전에서만 6개의 홈런을 터뜨려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韓은 타율에서도 0.375(40타수 15안타)로 자신의 통산타율인 0.285를 크게 앞질러 유독 개막전에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한대화와 같은 팀에서 같은 날 프로데뷔전을 치러 7-0완봉승을 거둔 장호연은 투수중 최고의 성적을 올린 「개막전 담당」투수다. 지난해까지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한 횟수만도 8번.88년對롯데전에선 사사구 3개만 내주며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세우는등 개막전에서만 5승(2패)으로 최다승을 기록중이다.
반면 개막전의 비운(悲運)이 망령처럼 시즌끝까지 따라다니며 선수를 괴롭힌 경우도 있다.
82년 이종도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던 당시 삼성투수 이선희(李善熙.한화코치)는 OB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김유동(金裕東)에게 또다시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개막과 폐막식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됐다.
84년 일본에서 귀국,많은 관심속에 삼미와의 개막전에 등판했던 김일융(金日融)은 금광옥(琴光玉.태평양코치)에게 9회 동점3점홈런을 맞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운명의 한국시리즈 7차전 8회말,이번엔 롯데 유두열(柳斗烈)에게 역전 3점홈런을 얻어 맞고 패권을 롯데에 넘겨주는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개막전 4승1무1패를 기록중인 선동열(宣銅烈)은 90년 빙그레(한화전신)와의 개막전에서 한대화의 만루홈런을 등에 업고도 패전을 기록했다.
개막전의 망령이 그를 잡아당겼을까.천하의 선동열이었지만 22승을 올린 그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김용국(金用國).김용철(金容哲)에게 결정적인 홈런을 거푸 허용,한국시리즈진출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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