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MB에 “형님, 여성부 받으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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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여성부를 받으셔야 합니다.”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사실상 결렬 수순에 들어갔던 18일 오후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 말이다. 한 측근에 따르면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 의원은 이날 “여성부를 존치해야 해양수산부를 폐지할 수 있다”며 다급한 마음에 이 당선인을 이렇게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이 당선인은 조각 명단 발표를 예정대로 밀어붙였고, 통합민주당은 이에 반발하며 협상을 원점으로 돌렸다.

20일 극적 합의를 이룬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의 최대 위기 순간이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여성부 존치-해양수산부 폐지’를 접점으로 최종 합의를 했다. 지난달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지 36일 만이다. 이 같은 최종 합의 이면엔 ‘이재오-유인태’ 협상 라인이 있었다. 여성부를 살리고 해양수산부를 없애는 협상안을 들고 “쉽지 않다”는 이 당선인을, 유 의원은 손학규 대표를 각각 설득했다.

두 사람의 협상은 손 대표가 이 당선인에게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5번의 물밑 협상을 벌였다.

이재오-유인태 라인이 가장 뜨겁게 달궈졌던 건 조각 명단 발표가 있었던 18일이었다. 명단 발표가 예정된 상황에서 두 사람은 막판 담판을 목표로 계속해 전화 통화를 했다.

이날 유 의원은 이 의원에게 ‘마지막 협상 카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기명 자유투표를 하면 한나라당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으니 양당의 안을 두고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조각 발표를 하루만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당선인을 설득해 보겠다”며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와는 별도로 안상수·김효석 원내대표도 전날(19일) 비공식 협상을 통해 “20일 중엔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안 원내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놓고 진통이 컸다”며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당선인을 설득해 4대 1이었던 여야 비율을 민주당이 원하는 3대 2로 조정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양당 협상 라인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날 오전 손 대표가 해양부 폐지를 수용했고, 오후 2시30분 합의문 서명을 마쳤다.

◇노(盧)의 장관들과 어색한 동거=이명박 정부는 당분간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27~28일로 예정된 것을 감안하면 새 장관 임명이 2월 말 또는 3월 초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6일 열리게 될 ‘이명박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엔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이 참석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후속 절차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적어도 다음달 4일 국무회의에는 새 장관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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