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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하우’를 거저 먹겠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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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명 음식점의 맛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일이 적잖다. 마늘 맛과 향을 앞세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꽤 알려진 매드포갈릭도 그런 일을 당했다. 이 음식점은 지난해 말 전북 지역에 비슷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현장 확인 결과 피자 위에 마늘튀김 고명을 얹은 마늘피자와 비슷한 메뉴를 아홉 가지나 팔고 있었다. 상황을 알아보니 매드포갈릭의 조리장 출신이 여기서 일하고 있었다.

매드포갈릭은 이 식당을 상대로 지난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 음식점은 ‘마늘을 가미한 이탈리아 음식은 흔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매드포갈릭의 손을 들어줬다. 논란이 된 마늘 요리법이 영업비밀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지적재산권’을 놓고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고유한 영업기밀을 지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고, 법원은 무형의 영업 노하우를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PC방 체인점 ‘존앤존’은 전직 직원들이 유사한 PC방 가맹사업에 나서자 형사고발했다. 퇴사 때 운영 매뉴얼과 상권조사서를 가지고 나가 사업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유아 미술교육 업체인 ‘미술로생각하기’는 최근 유사한 교육내용과 학습방법을 사용한다며 후발업체 Y사를 고소했다. 홍순재 변호사는 “법원이 지식과 사업 노하우를 독자적인 표현 저작물로 인정하는 추세”라며 “이름표가 붙은 서비스를 따라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는 좀 뜬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따라하는 ‘미투(Me Too)전략’이 판쳐 업계가 공멸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적재산권 보호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전략’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병이다. 찜닭이나 불닭 체인점도 장사가 된다 싶자 10~20여 개의 브랜드가 순식간에 생겨 전국에 열풍을 불러일으켰지만 얼마 못 가 대부분 사라졌다. 비슷한 브랜드가 소비자를 식상하게 만들어 원조와 미투가 모두 망하는 결과에 이른 것이다. 피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낸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미처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놓지 못해 피해를 보는 업체도 늘고 있다. 전골류를 주로 파는 프랜차이즈업체 N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식사 때 손님들이 입는 앞치마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으니 로열티를 내라”는 것이었다. N사가 앞치마 상표권을 등록하는 걸 잊고 있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그 권리를 가로챈 것이었다. 간편식 업체인 B사는 음식을 담아주던 회사의 포장백을 등록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봤다. 이 경우 역시 상표권을 먼저 등록한 사람이 사용료를 요구했던 것이다.

김민철 변리사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선 기술적 사항과 노하우를 특허로 등록하고 매뉴얼도 저작권으로 올리는 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며 “상표권도 가급적 폭넓게 등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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