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야기>동호인주택-도시속에 우리마을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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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밤중에 갑자기 해열제 한알이 필요해도 이웃집 문을 두드려 빌리기가 어렵다.도시의 익명성이 가져온 결과다.마음이 답답할 때건너가 마시는 차 한잔,때되면 음식을 한접시씩 들고 모여 떠드는 파티.도시에서도 이웃과 이렇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그 대안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택이 늘고있다.아직은 의사.교수.예술가 등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주를이루고 있지만 직장.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짓는 집들이「동호인 주택」이라는 이름으 로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모여살 경우 음악스튜디오.고성능컴퓨터.팩스.프린터등 첨단장비를 갖춘 사무실,카페 분위기의 홈바등 개별적으론 마련하기 어려운 공동시설물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모여 산다는 것이 꼭 쉽지만은 않다.누가 마당청소를 하며,쓰레기는 누가 처리하는가 등 사소한 유지관리에서부터 서로의 프라이버시 지켜주기에 이르기까지 갈등도 잦다.『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모여 사는 것은 바람직한 현 상이지만 이럴 경우 외부에 대해 너무 폐쇄적이 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 윤정로(尹淨老)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의 지적이다.
모여 사는 방법도 다양해서 공동사용 공간은 최소화하고 개별적인 주택이 이웃으로만 모이는 경우,일부 시설을 공유하면서 같이모여 사는 경우,가장 극단적으로는 공동식당을 중심으로 공동체에가까운 형태로 사는 경우등이 있다.네덜란드,덴 마크에는 이와 같은 공동의 생활을 추구하는 집합주택(Communal Housing)이 상당수 있다.
이러한 주거유형은 잘 활용하면 맞벌이 부부의 육아고민,사무실마련 등 개별 가구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새로운 주생활 모델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申璟〈本紙전문기자.工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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