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파산법 국제경제 적용 방안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새로운 혼돈이 국제정세를 지배하고 있다.철학적 주의.주장에 따라 움직이는 외부 혁명세력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혼돈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은 바로 제도권 정치인과 중앙은행들이다.그들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신들의 과오를 메우기 위한 재무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멕시코사태 및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구제금융 결정 이 대표적인사례다. 문제는 오늘날 국제금융의 지평이 급변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자금조달은 더 이상 은행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멕시코 구제금융에 대한 여론의 강한 반발에 비춰 미국은 더이상 다른 나라에 이와 유사한 금융지원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미국인들은 미국의 세계헌병 역할에 염증을 느꼈듯이 파산위기에 처한 국가를 돕는 은행 역할에도 흥미가 거의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행해지는 파산절차를 국제경제무대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은 없을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2백년에 걸친 관행을 통해 미국의 파산법은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를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美파산법 9장은 지방정부의 기능을 통해 채무를 재조정하고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도록 짜여 있다.11장은 기업활동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의 청산보다는 재편을 모색토록 하는 메커니즘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지급불능에 대해서는 청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따라서 국가에만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국제통화기금(IMF)은 美파산법의 기능을 국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에 의해 IMF와 세계은행(IBRD)이 출범하면서 이들 기구는 국제무역을 안정시키고 경제적 기회를 키워 나갈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오는 6월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회의에서 선진국들은 첫번째 안건으로 이들 두 기구의 기능을 높일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IMF에 대해서는 재원을 늘리는 방안과 아울러 자금을 지원받는 국가를 파산때와 비슷하게 재조직할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의 민간은행제도를 선진화할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IMF와 세계은행의 기능강화는 돈을 빌리는 나라들의 고통분담을 제도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