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물류로 보면 해양부 통합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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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안 대통령 관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안내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50여 일 만이다. [청와대 제공]

퇴임을 일주일 남긴 현직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에선 어떤 얘기가 오갔을까.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18일 만남은 지난해 12월 28일에 이어 50여 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 회동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1시간45분 동안 이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험악한 정국 상황에서 열렸다. 당장 정부조직법 협상이 초읽기에 몰려 있다. 두 사람의 관계도 지난 회동 뒤 위태위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이 당선인 측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말 모교인 고려대 행사에서 “요즘 가장 큰 걱정은 퇴임할 때 어떻게 보여질까다. 현 대통령을 보니 지금부터 걱정”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토목공사만 큰 거 한 건 하면 경제가 사느냐” “인수위 때문에 현직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 돼버렸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이날 만남에선 신·구 권력 간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을 해소하려는 대화가 오간 것 같다.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16일 ‘이명박 정부 국정 워크숍’에서 지난 10년 정권에 대해 “흔히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날 회동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회동 분위기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화기애애했다”고 했고, 청와대도 “좋은 분위기에서 덕담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FTA, 쇠고기 협상 문제, 정부조직법 등 다양한 국정 현안들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이 당선인 측 임 실장은 “의제랄 게 없었다. 지금 만나지 못하면 취임식에서 악수하고 헤어져야 하니 만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의 설명과 관련해 해양수산부 존폐 문제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협의나 협상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던 만큼 이견이 해소되지는 않은 것 같다.

“노 대통령이 ‘해양 물류 차원에서 보면 해양부 통합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이 당선인 측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도중 나온 얘기이며, 조직 개편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청와대 발표도 뉘앙스가 서로 달랐다. 이명박 특검이나 삼성 특검에 대해선 양측 모두 “전혀 언급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양측은 더 이상의 대화 내용에 대해선 철저하게 함구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선 다른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노 대통령 측은 그동안 몇 차례 이 당선인 측에 회동 요청을 했다고 한다. 반면 이 당선인 측은 방북 대화록 유출과 관련한 김만복 국정원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미뤄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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