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청문회 파행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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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左>와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18일 한때 접점을 찾아가는 듯하던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이명박 당선인의 조각 명단 발표를 계기로 완전히 헝클어졌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모두 협상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협상 타결 기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후 1시에 열렸던 원내대표 협상에서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당의 입장 차이가 큰 여성부와 해양부에 대한 안을 각자 만들어 본회의에서 자유 투표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도 “당 지도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비슷한 시각에 진행된 민주당 유인태 의원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간의 물밑 협상 라인도 ‘자유 투표안’에 대해 어느 정도 진척을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도중에 인수위가 “협상 결과에 상관없이 조각 명단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대화는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다만 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새 정부 각료를 발표하면서 기존 정부조직법의 직제를 따랐다.

따라서 양당이 합의만 도출하면 법적 문제 없이 위기 상황은 언제라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이 당선인이 조각 명단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는 강경 반응이 우세하고, 한나라당도 당선인의 뜻과 어긋나는 재량권을 발휘하긴 힘들어 협상은 첩첩산중이다.

자유투표안을 한나라당이 받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당 대 당 대결 구도라면 의석수가 적은 한나라당이 불리하지만, 이면 합의를 통해 민주당 의원 상당수를 기권으로 유도하면 개정안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자유투표안을 수용하기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양측이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달성해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킨다고 가정해도 18대 첫 국회가 시작되는 6월 초까지 몇몇 부처는 장관도 임명 못하는 파행을 각오해야 한다. 당장 장관 인사청문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나라당은 19일부터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불·탈법적 인사청문회에 들러리 설 수 없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당 지도부가 청문회에 응할지 말지를 고심 중이다. 다만 민주당 측은 정부조직 개편 협상과 관계없이 총리 인사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글=김정하·정강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협상일지

▶1월 16일 대통령직 인수위,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1월 17~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손학규 대표 등 4당 대표 만나 협조 당부

▶1월 2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제출

▶ 2월 5일 양당 6인 회담 시작

▶2월 8일 2차 협상, 통일부 존치 의견 접근

▶2월 1011일 3·4차 협상 결렬

▶2월 12일 이 당선인-손학규 대표 12분간 전화통화, 협상시한 연기(13일→15일)

▶2월 14일 김형오-유인태, 안상수-김효석 심야 비공개 협상 시도했으나 결렬

▶2월 18일 이 당선인 현행 정부조직법 따라 조각 명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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