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6만4000t 리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 도축회사인 홀마크미트 직원이 지난달 30일 치노 도축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쇠고기 덩이를 던지고 있다. [치노 AP=연합뉴스]

미국에서 1억4300만 파운드(6만4000t)의 쇠고기를 리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인구 3억 명에게 햄버거 2개씩을 나눠줄 수 있는 분량이다.

미 농무부는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도축·육류가공회사인 웨스트랜드 홀마크미트가 규정을 어기고 병든 소를 몰래 잡은 사실이 드러나 문제의 ‘다진 쇠고기(ground beef)’를 전량 회수토록 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1999년 패혈증·수막염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이 발견돼 3500만 파운드(1만5800t)가 회수된 게 최대였다. 이번 리콜 규모는 4배 이상이다. 리콜 대상 쇠고기는 한국으로 수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든 소 학대 파문=이 일은 도축장에서의 소 학대 장면을 찍은 비디오에 의해 비롯됐다. 동물보호단체인 미국 인도주의협회는 이 회사 직원 두 명이 병에 걸려 쓰러진 소들을 지게차로 밀어버리는 잔인한 장면 등을 몰래 찍어 지난달 말 폭로했다.

직원들은 병든 소들의 머리를 막대기로 쑤셨으며, 고압 물대포로 쏘거나 다리를 묶어 억지로 도살장에 끌고 갔다. 이 비디오는 유튜브 등을 통해 순식간에 배포됐다.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관련자 처벌과 함께 병든 소의 고기를 먹는 데 따른 건강상의 문제를 제기하자 농무부가 나서게 됐다.

◇재검사 규정 무시=미국 규정에 따르면 모든 소는 도축되기 전 검역요원의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이른바 ‘다우너(downer)’ 소들이 발견되면 폐기 처분하는 게 원칙이다. 광우병, E콜라이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검사 후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즉각 재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은 규정을 무시한 채 병든 소들을 강제로 도축장에 끌고 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