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죽은 페론의 손은 특수금고 열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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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74년 겨울 아르헨티나의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이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을 때 그의 손에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선물한 묵주가 쥐어져 있었다.그로부터 13년 뒤 도굴꾼들이 페론의묘를 파헤치고 방부처리된 그의 시체를 꺼내 묵주 를 쥐고 있던양손을 잘라 가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나서 수년 동안 조사했지만 목격자들과 조사에 관여했던관리들만 의문의 죽음을 당했을 뿐 아무런 단서나 혐의점도 찾지못한 채 수사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잊혀져 가고 있던 이 사건이 최근 기상천외한 추리와 함께 다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도굴꾼들이 페론의 손을 잘라간 것은 그가 숨겨 둔 특수금고를 열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변호사인 후안 카를로스 이글레시아스는 『가장 흥미로운 가설은도굴꾼들이 주인의 손이 있어야만 열리는 금고를 열기 위해 페론의 손을 잘라 갔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이글레시아스는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하이메 파수아우판사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다.
이글레시아스는 파수아우 판사가 87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지기 전 『그 손은 페론의 숨겨진 보물을 꺼내기 위한 열쇠임에 틀림없는 것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회상했다.그러나 파수아우 판사의 죽음과 함께 그가 가지고 있던 증거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특수하게 고안된 금고를 열기 위해 시체를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핵물질의 유출을 막기 위해 「손열쇠」를 사용해 온 미군은 냉전기간 동안 특수금고를 열기 위해 사람의 시체를 이용할 수 있는가를 은밀히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기관의 한 전문가는 혈액이 빠져나가 페론의 손이 쭈글쭈글해지지만 않았다면 금고문을 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은 범인들이 페론의 비밀예금을 인출하는 데 필요한 지문을 얻기 위해 손을 잘라 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라고 이글레시아스는 덧붙였다.
사라진 페론의 손을 둘러싼 이번 사건의 또 한가지 미스터리는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모조리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도굴사건이 발생한 날에는 페론家의 묘지를 지키고 있던 관리인이 심하게 폭행당한 채 숨져 있었다.관리인이 살해된 몇시간 뒤에는 정기적으로 페론의 묘에 꽃을 갖다 놓던 한 여자가 역시시체로 발견됐다.
5개월 뒤에는 사건을 맡았던 파수아우 판사가 한 지방도로에서새카맣게 탄 시체로 발견됐다.
그러나 한때 페론의 미망인 이사벨의 변호사였던 후안 가브리엘라바케는 숨겨진 보물에 대한 세간의 소문을 믿지 않고 있다.
페론 장군이 숨진 뒤 라바케는 그가 은밀히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은행계좌와 금고를 모두 조사해 봤지만 비자금을 발견하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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