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48> 센테니얼의 패밀리 비즈니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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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26면

지난해 10월 27일 잠실구장.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 때다. 그날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두 팀의 중요한 승부를 중계한 건 SBS-TV였고 배기완 캐스터, 박노준 해설위원이 중계 진행을 했다.

중계가 시작되고 33분이 지났을 때쯤. 2회 초 SK의 공격 때 만원 관중 얘기가 나왔다. 배기완 캐스터가 “오늘도 만원 관중이 3만500석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달변의 박노준 위원이 31억원이 넘는 포스트시즌 입장 수입에 대해 말했고 한국시리즈 흥행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프로야구 전체의 붐 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때 박 위원은 “신상우 총재, 하일성 총장 체제, 아주… 뭐 완전히 프로야구가 붐 업이 되고 있어요”라고 총재-총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두 사람의 노력을 칭찬했다.
그 대목에서 ‘흠칫’하고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송 3사의 중계방송을 보는 동안 프로야구 총재와 사무총장 덕분에 프로야구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말은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때 야구계 분위기는 현대 사태를 1년 가까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에 대한 비난이 우세할 때였다.

그 말 한마디,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노준 위원이 제8 구단 센테니얼의 단장이 되고 보니 ‘배나무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생각난다.

혹시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는 거다. 신상우 총재 아들과의 친분도 세간에 알려져 있고 유난히 신상우 총재에 대한 옹호론을 펼쳐온 그였기에 말이다.

박노준 단장이 진행하고 있는 센테니얼 구단의 인선에도 뚜렷한 특징이 있다. 새로운 구단이 만들어지는지, 아니면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로 구단을 재구성하는지 모를 정도로 ‘KBO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구단 경영의 실무를 총지휘하는 박노준 단장은 KBO 규칙위원이고 이광환 초대 감독(육성위원장), 이순철 수석코치(기술위원) 등 주요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 프런트로 진입한 주성노 스카우트팀장(육성위원) 등도 KBO에서 보직을 맡고 있던 ‘KBO 관계자’들이다.

야구계 일선에 있던 관계자들이 새 구단 창단에 발탁되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배나무 밭의 갓끈’ 모양새가 아닌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성적 부진으로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병철 전 감독이 센테니얼의 2군 감독으로 발탁된 부분에서는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 거 아닌가”라는 오해를 살 소지마저 있다.

우리는 절실할 때 가족을 찾는다. 주위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될 때 가족부터 둘러보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주고 싶을 때 가족부터 찾는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의 경영난과 인수 기업 물색은 현 KBO 집행부의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그 어려운 숙제를 결국 가족(측근)들과 함께 풀어 나가기로 한 건가.

센테니얼은 13일까지 KBO에 가입 신청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는데 KBO는 “지난 이사회에서 승인이 났다고 보면 된다”며 감싸준다. 또 현대 선수들이 반발하자 하일성 총장이 직접 찾아가 “전지훈련부터 떠나라”고 설득했다. KBO와 센테니얼의 ‘패밀리 비즈니스’. 이를 바라보는 7개 구단과 팬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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