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장난 첩보위성 미사일 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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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고장 난 첩보위성을 2주 내에 미사일로 요격할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바다에 해군 함대를 파견, 선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문제의 첩보위성을 파괴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소는 태평양이 유력하지만 정확한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 측은 첩보위성이 지구상으로 추락할 경우 ‘히드라진(Hydrazine)’이란 맹독성 연료에 의해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어 요격한다고 밝혔다. 즉 이번 작전은 군사적 목적의 위성 격추 실험이 아니며, 첩보위성의 핵심 부품이 추락 후 남아 군사 비밀이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위성에는 히드라진 0.5t이 실려있는데 호흡할 경우 폐에 치명적이고 많이 마시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번에 사용되는 무기는 ‘스탠더드 미사일 3호’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탄도요격미사일(ABM)’을 개조한 것이다. 미 해군은 첩보위성의 궤도에 맞춰 태평양상에서 기다렸다 위성이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기 2~3일 전 떨어뜨릴 계획이다. 그래야 위성의 파편들이 대기권 내로 빨려 들어와 다른 위성 등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전에는 군함 3척과 요격용 미사일 한 대 외에도 백업용 미사일 2대가 동원될 계획이다. 첫 미사일이 빗나가더라도 2차, 3차 요격을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한다.

이번 계획이 알려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중국도 탄도미사일로 860㎞ 상공에 떠 있는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했다. 당시 발생한 1600여 개의 파편 잔해 때문에 미국이 요격을 격렬히 비난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위성 요격으로 10만여 개의 파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또한 이번 사태로 중국 등에 위성 요격 실험을 정당화할 빌미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측은 그래서 갑자기 요격을 한 중국과 달리 사전에 모든 정보를 국제사회에 사전에 공개하는 절차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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