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 현장위주로 한다-잇단 부도여파 은행 대책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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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실(不實)여신의 싹을 미리 도려내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다-.」 덕산 그룹의 대규모 부도와 유원 건설의 제3자 인수 추진,그리고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가 겹치면서 은행들의 기업 대출 심사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전처럼 담보나 챙기고 앉아 결산서류 분석에 의존,기업을 평가하던 「서류 중심」의 재무분석 심사에서 벗어나 사전에 위험 신호를 챙기고 해당 기업 주변의 정황이나 작은 움직임에서 부실의싹을 찾아내는 현장 중심의 非재무적 분석에 치중 하고 있다.
은행들은 나름대로 마련한 기업의 부실징후 체크포인트를 작성,『이런 기업은 눈여겨 보자』등의 제목으로 내부자료를 만들어 영업점에 나눠주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은행 지점의 여신 담당자들은 거래기업의 형편을 보다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최근 부도설이 나도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이들이 투금사등 제2금융권과 거래하는 형태까지분석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금까지는 외형을 중심으로 거래기업을 평가했으나 지난달말부터는 어음 사용량.결제기간.결제시간등 해당 기업의 자금사정과 관련된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심사부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거래 기업의 여신현황은 물론 지금까지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예금 동향과 외환거래 동향까지도 해당 업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심사부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상업은행은 각 지점으로부터 「어떤 기업이 부도징후가 있다」는보고가 올라오면 바로 본점의 심사.관리.외환담당자를 현장으로 파견,대응하고 있다.모(某) 시중은행은 얼마전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1백여개 기업의 블랙리스트를 작 성,각 지점으로 하여금 이들에 대해서는 장기대출을 단기대출로 전환하고 회수가능한 여신은 모두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은행들은 특히 현장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보수집및 분석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각 점포에서 모아온 정보를 취합.분석,「에이스 정보 시스템」에 담아 영업점에서 단말기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1주일에 한번씩 여신관련 全부서가 모여 기업관련 자료를 교환한다.
외환은행은 이달 중순 그룹사 관련 데이터 베이스의 대상을 30대 그룹에서 2백대 그룹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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