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람과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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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땅에는 산이 많다.옛날에는 산이 나무를 길렀다.근세에 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이 길러놓은 나무숲을 황폐화시켰다.땔감으로 남벌하고 동족끼리 전쟁을 벌여 포화로 불태워 없앴다.
지금은 사람이 나무를 길러야 할 시대다.한 삼십년 전부터 우리는 이 시대적 책무를 비교적 잘 감당해 왔다.이 나라 사람이먼 훗날의 역사기록자로부터 진짜 값진 특필(特筆)을 받을만한 일 가운데 한가지는 한번 잃어버렸던 산의 푸르름 을 다시 찾아낸 민족이라는 칭찬일 것이다.
도시가 팽창하고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사람들은 삶의 자연적인 모습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사람의 영혼은 원래 나무들의 정령과 늘 함께 살아왔다고 한다.그래서 위로를 얻으러 산과 거기에 있는 숲을 찾아가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고 있 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무지(無知)가 들어 이번에는 나무나 숲이 아니라 산 전체를 파손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좋은 길을 내고,편리한 위락시설을 만들고,훌륭한 묘지를 쓰겠다는 나무라기 어려운 목적에서 빚어내는 부정적 부산물이 산의 파 손이다.예부터 산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동티(動土)가 나게 되어 있다.개인사업.정부사업을 막론하고 지신(地神)의 노여움을 살 일은 하지않는 가운데 일을 계획하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동티란 것은 고사를 한 상 잘 차려 지낸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동티날 일을 하지 않아야만 피할 수 있다.
등산객들과 정부의 각성으로 산행시 불로 밥을 지어먹는 관습이거의 없어져 가고 있음은 자랑스럽다.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산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 같다.산불은 많은 경우 담뱃불 부주의에서 생기고 있다.전보다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국의 산이 쓰레기 오염에서 아직 확실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
산에 나무를 심는 봄철이 돌아왔다.나무가 없는 산은 산이 아니다.오래 자란 나무와 어린 나무가 울창하게 세대를 이어가며 살고 있는 산을 이루도록 정성을 다해 가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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