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 맞긴 맞나…내한공연서 객원이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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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빈 필하모닉 내한공연을 관람한 음악 애호가 B씨. 무대에 등장한 악단을 보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 네 명의 여성 단원들 때문이다. 그는 빈필 정단원 중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빈필(www.wienerphilharmoniker.at) 단원 명단과 팸플릿에 실린 이름들을 비교해봤다. 공연에 참가한 단원은 모두 90명. 정단원은 52명에 불과했다. 빈 슈타츠 오퍼 단원 중 빈필 정단원 자격이 없는 '수습'이 9명, 객원 단원도 29명이나 됐다. 게다가 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트럼본은 평단원이, 호른.트럼펫은 부수석이 수석 자리에 앉았다.

빈필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정단원을 선발한다. 세 차례 오디션을 치르고 빈 슈타츠오퍼 단원으로 3년간 활동한 후에도 단원 전체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해외 순회공연에서 사정상 대타(代打) 투입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2002년 뉴욕필 내한공연 때도 정단원 111명 중 15명이 불참해 객원 20명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번 빈필처럼 단원의 42%를 객원으로 채우고 수석 주자들까지 대거 불참한 것은 너무 심한 경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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