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4.과목이 아니라 형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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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논술을 국어담당 교사가 가르치고 있습니다.그러나 지금까지 출제된 각 대학 논술문제를 보면 도대체 이것이 국어과목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서울 강남 K고교에서 국어를 담당하는 한 교사의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논술시험을 치렀는데도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이 시험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당국의 졸속정책과 논술시험을 출제한 대학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지금까지 각 대학에서 출제한 문제를 살펴보면 학생과 교사들이 이러한 의문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대학입시가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러 한 혼란은 대학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최근 서울대 내부에서 올해 논술시험문제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어 그 시정방향을 둘러싸고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의가 제기되었던 문제의 핵심은 이번 서울대 논술문제가 「작문」을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되어 논술에 적합한 문제가 아니라 는 것이었다.사실 타 대학의 경우 깨닫지 못하고 있을뿐 논술문제가 제대로출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아마 문제를 출제하는 대학은 물론 고교 교사와 학생들이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것도 논술을 「작문」과목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대목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논술은 국어에 포함되는 「작문」이 아니라 단답식시험형식과 달리 종합적 지식을 묻는 하나의 시험형식이라는 점이다.영국.프랑스.독일의 경우 수학에서 문제풀이의 전과정을 요구하듯 경제학.사회학.문학.자연과학 등 모든 과목 이 장문의 논술로 치러지고 있다.논술이라는 시험형식으로 지식의 깊이와 폭을묻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왜 논술이 국어과목으로 자리잡게 되었는가.94학년도에 대합입시제도가 바뀌면서 내신.수능과 함께 각 대학별 고사(본고사)를 볼 수 있도록 했고,대부분의 대학은 본고사를 3과목으로 정했다.그러나 모든 과목을 논술 로 치를 수없는 여건에서 각 대학은 편의상 논술을 국어과목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최근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출제관리 능력이 없는 대학에서 대학별고사를 폐지하거나 과목수를 줄일 것을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논술시험은 여전히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96년 대학별고사에서 논술과목의 시간과 배점 및 난이도를 높인다고 발표했다.서울대도 논술을 국어과목에서 분리해 독립과목으로 시험을 치르거나 사회과목을 논술형식의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논술이 학생들의 종합적 지식을 묻는 가장 적합한 시험방식이라는 판단 아래 앞으로 논술 시험방식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음회에는「영국에서 논술은 어떻게 치르나」를 싣습니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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