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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수교교섭재개 전격합의-北美 核갈등 틈새이익 나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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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노동당과 일본 연립여당 방북단이 28일 수교 교섭재개에원칙적 합의를 봄으로써 北-日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92년 11월 KAL기 폭파범 김현희(金賢姬)의 일본어 선생인 「이은혜문제」로 8차교섭이 결렬된이후 2년6개월만에 일단 교섭재개가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번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져 도처에 암초가 도사렸던 과거와 달리 北-美간의 핵 합의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무게가 실려 있다.사실 북한 핵문제는 北-日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김용순(金容淳)노동당 국제부장과 와타나베 미치오(渡邊美智雄)대표좌장이 첫날 회담에서 핵심의제인 수교교섭 재개에 합의 한 것은 예상보다 교섭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양측 모두 외교.경제적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北-美연락대표부 교환,미국의 대북(對北)무역장벽 완화등에 따른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이니셔티브에 자극받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다.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또한 경수로 지원금중 10억여달러를 부담하는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미루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본은 북측이 요구하는 배상금과 경수로 지원액및 대일(對日)외채를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 역시 배상금을 통한 경제난 타개는 김일성(金日成)의 유훈(遺訓)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같은 카리스마를 갖지못한 김정일(金正日)체제의 안정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이번의 수교교섭 재개합의가 결코 교섭의 본질문제를 무관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교섭에 들어가면 양측 모두 쉽게 타협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과 부닥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측은 「남북대화의 진전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한국정부와의약속을 무시할수 없을뿐 아니라 아직은 한국을 통한 한반도에서의영향력 확보가 더 시급한 과제다.때문에 일본은 한국형 경수로 도입문제를 둘러싼 남북간의 미묘한 줄다리기 틈 새에 끼여 곡예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자칫 북한과의 접촉을 서두를 경우 韓日관계에 큰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다.
韓日간을 이간시켜 경수로도입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북한의 일본카드가 기대만큼 효험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북한은 전후 45년간의 보상도 포함된 노동당,日자민.사회당의 90년 「3당공동선언」논의를 이번 회담에서 연기하면서까지 교섭자체를 성립시키려 하고 있다.아무튼 28일의 北-日합의로 수교교섭 재개문제는 양측의 정당차원에서 정 부차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간 실무접촉과정에서는 일본의 대북 쌀지원과 경제사절단 파견등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간 협상테이블은 결코 정당간 총론합의처럼 발빠른 행보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東京=吳榮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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