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납세자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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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초등학교때 배웠다. 그래서 교육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오늘도 칫솔질을 하면서, 점심을 먹으면서, 월급을 받으면서, 은행에 저축을 하면서 차곡차곡 정해진 세금을 내고 있다.

오늘 (3월3일)은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지킨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는 '납세자의 날'이다. 영화배우 송강호·김선아씨가 모범 납세 연예인으로 선정되어 일반인 50여명과 함께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한다. 이 보도를 보며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구나" 하는 생각보다 "와~ 작년에 수입이 꽤 짭짤했나 보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투데이'의 꼬인 마음 탓이리라.

그렇다면 우리들이 낸 세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회를 들여다 보자.

국회의원 연봉 8,130만원 + 보좌관 운영비 2억6,180만원 + 활동비 2,500만원 + 차량유지비 500만원 + 차량 기름값 960만원 + 국민연금 190만원 + 의원사무실 운영비 540만원 + 의원사무실 공공요금비 1,900만원 + 유인물 제작비 1,000만원 ... 연간 4억2천380만원

지난 1월 열린우리당이 발표한 2004년 국회의원 1인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돈이다. 지역구 의원이 15명이 더 늘어나게 생겼으니, 국회에 들어가는 돈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물론 돈의 출처는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네 주머니다.

헐벗고 집없고 가난한 우리 이웃들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의 혜택이 지난 한해에만 1억이상의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이 절반이 넘는 국회의원들의 선탠 차량과 푹신한 의자와 국민연금으로 들어간다니...

올해 정부 예산을 맞추려면 국민 한사람이 내야 하는 세금이 318만원이다. 작년보다 6% 늘어난 금액인데, 올해 연봉 인상률이 그정도 될까?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납세자의 날'에 더 우울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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