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보잉의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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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 제품개발에 민간기업이 63억달러(5조원)를 투입했다고하면믿어질까.이집트의 피라미드,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는국가가 주도를 했다.
보잉 777개발계획은 「역사상 민간에 의한 가장 값비싼 상업화 프로젝트」로 꼽힌다.연 구개발비 43억달러에다 설비및 장치비가 20억달러라고 한다.777기 한 대값은 1억2천만달러,숫자들의 고공(高空)비행이다.
유럽 5개국 에어버스 컨소시엄의 도전에 대한 보잉의 야심찬 「대도박」이다.70년대 유럽국가들이 에어버스 컨소시엄을 발족시킬 때 세계 민항기 시장의 25%점유가 꿈이었다.94년 세계전체 발주(2백67대)분의 점유율은 보잉과 에어버스 가 똑같이 47%, 맥도널 더글러스가 나머지 6%였다.
보잉 혼자서는 갈수록 역부족이고,에어버스 340은 컴퓨터설계및 전자 운항방식에서 747을 앞서있는 상황이다.궁여지책으로 일본의 「3중」(三重)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형성했다.「3중」은 미쓰비시.후지.가와사키의 세 중공업 업체다.몸 체 제작에 20%를 참여시키고 일본은 그 대가로 777기를 많이 사준다.
당장의 리스크(위험부담)분담이다.그러나 「위험한 불장난」이라는지탄도 쏟아진다.일본정부는 고유의 항공산업 육성에 혈안이 돼있고,더구나 「3중」은 정부의 많은 보 조를 받는 처지다.일본이어느날 자신의 항공기를 설계,보잉에 도전해 온다면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도박이 된다.
60년대말 보잉은 747점보제트기를 개발해놓고 파산할 뻔했다.너무 무거워 공중으로 뜨지가 않았다.4발엔진으로 가까스로 수습했다.777은 사상최대의 2발엔진이다.무게는 747의 3분의2지만 탑승인원은 거의 비슷하다.
지금까지의 시험비행은 성공적이지만 아시아쪽 고객들은 「2발엔진에 의한 태평양횡단」에 불안을 감추지않는다.
자신감을 과시하기위해 내달의 최종시험때 단번에 대양횡단을 허용해 줄 것을 보잉은 당국에 교섭중이다.
3차원의 컴퓨터 스크린에 전자신호로 운항상황이 자동처리되는 이 「하이테크 철(鐵)새」는 6월 7일 런던~워싱턴간 유니이티드항공 921편으로 데뷔한다.보잉의 21세기가 함께 걸려있는 운명의 「테이크 오프(take off)」다.
〈本 紙칼럼니스트〉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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