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특허기술상>3월상-신규 白金錯體항암제와 제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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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 최초로 제3세대 백금착체(白金錯體) 항암제를 개발,中央특허기술상 3월상을 수상한 선경인더스트리(SKI)중앙연구소 김대기(金大起.39.생명과학연구개발실)박사는 『회사가 연구개발의특성을 잘 이해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별 어려움 없이 새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金박사가 항암제 개발에 처음 뜻을 둔 것은 서울대 약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던 82년.의약도(醫藥徒)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항암제 개발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당시 이 분야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를 떠나 미국 뉴욕주 립대 박사과정에 유학을 감행했다.
학비조달 겸 운영하던 서울대 앞의 약국에서 매달 기백만원의 짭짤한 수입을 올렸지만 돈이 그의 연구개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과감히 미국길에 오른 그는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항암제 신약개발」로 잡았고,자나깨나 식사를 하면서도 그저 항암제만생각하며 개발의 일념을 불태웠다.
그는 지금도 오후10시 이전에는 실험실을 거의 떠나지 않을 정도의 연구광이다.
아무튼 그는 이런 열정으로 89년 SKI에서 후배 연구원 1명과 조를 이뤄 백금착체 개발에 착수했다.기존 백금착체의 구조를 이리저리 고쳐가며 대략 1백20개의 후보 항암물질을 엄선한것이 90년 말이었다.
이중 특히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난 15개 가운데 美국립암연구소의 검증을 거쳐 약효를 인정받은 것이 이번에 개발한 백금착체 항암제다.
中央특허기술상 3월 수상작으로 선정된 백금착체항암제는 독성이약하면서도 그 항암효과가 기존 항암제에 비해 훨씬 뛰어난 것이특징이다.
백금착체란 이 화합물의 구조상 중심이 백금이어서 붙여진 이름. 백금착체 항암제는 아드리아마이신과 함께 전세계 항암제 시장의 3분의2 가량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약제로,지난 76년 다국적기업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가 처음 상품화한 이래 꾸준히 약효가 개선돼왔다.
하지만 백금착체 1세대인 「시스플라틴」은 항암효과는 탁월했으나 독성 역시 강한 까닭에 정상적인 세포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한 2세대 「카보플라틴」은 독성은 크게 줄었으나 항암효과까지 감소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항암제는 인체에 끼치는 독성은 2세대 만큼 준 반면 약효는 1세대보다 더 강한 이른바 제3세대 항암제.서울대.연세대.서울중앙병원팀 등이 지난 92년부터 현재까지이 항암제로 임상시험한 결과 모두 성공적인 결과 를 얻었다.
이에따라 이 백금착체는 최종 임상시험을 거쳐 빠르면 오는 97년께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 항암제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빈발하는 위암과 서양인에게 발병률이 높은 피부암에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내에 사례가 드문 신물질 개발이라는 점에서는 물론 실질적으로 국내 최초의 자력개발 신약 1호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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