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性루머 단속보다 공시강화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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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당국은 고의로 흘린 기업부도설로 멀쩡한 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릴 뿐 아니라 주가조작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심지어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내사(內査)하고 있다고 한다.. 증시 풍문을 놓고 검찰이 나선 것이 이례적일 뿐더러 서슬이 퍼렇도록 칼날을 벼르고 있는 만큼 다치는 사람도 상당수 나타날모양이다.물론 근거없고 악의에 찬 루머로 멀쩡한 기업이 벼랑으로 몰려서도,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돼서도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기본생리는 정보를 쫓는 것이고 이런 정보력과 정보의 분석.평가능력이야말로 곧바로 경쟁력인데 그것을 물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발상이나,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고 기껏해야 임시방편일 것이다.
확인이 안되는 소문에 수많은「귀」들이 솔깃해하고 겉잡을 수 없이 유통되는 것은 그만큼 정보유통이 폐쇄됐기 때문이 아닌가.
경기가 좋아졌다는 지난 2년간 증권당국이 투자 안전기업으로 공인한 상장사 가운데서도 18개사가 부도가 나는 판 에 자금악화설 같은 것이 확인조차 안되니 부도설로 부풀려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따라서「기업공시제 강화」같은 제도적인 보완을이전부터 강조해 왔다.이를 통해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누차 지적해온 바 있다.
증시 참여자의 최대관심도 실은 주가를 좌우하는 기업내용과 관련된 정보다.기업 부도문제 같은 것도 지금보다 자주 정기적으로재무정보를 공시토록 의무화하거나 그렇게 되도록 환경을 조성해 가면 근거없는 소문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회사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 방법도 많다. 한 증권전문가는『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들은 기업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분기별로 내놓는 것은 물론 다음 분기에 대한 영업전망치까지 제시하고 있고,기관투자가의 문의전화에 회사측이 잔꾀를 부리다가는 소송을 당하기십상이어서 부도설 같은 것도 즉각 확인이 된다』며『거짓 공시를 해도 흐지부지되고 마는 형식적이고 내용없는 현행 공시제도야말로 루머를 자라게 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리력에만 의존한 문제 해결법은 기업 자금문제에 관한한 사정을 악화시키고 또다른 루머를 양산시킬 소지도 없지 않다.
『덕산부도 수사과정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사채업자의 잠복,투자금융사의 기업어음(CP)보증거부,그로인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도리어 악화됐다』는 한 관계자의 지적은 악성루머 근절에나선 당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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