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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에 대한 虛像 버려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독일유학생 자수간첩 한병훈(韓炳勳)씨가 23일 회견을 통해 밝힌 「북한의 박홍(朴弘)서강대총장 암살지령」은 두가지 점에서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던지고 있다.
韓씨도 밝혔듯이 암살지령은 명시적이지는 않았다.朴총장을 암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암시했다는 것이다.이 점과 韓씨의 폭로가 안기부에 자수한지 8개월이 지난후에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일부에선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도 그런 의심을 보태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朴총장 암살지령의 진위여부를 떠나 북한의 본질에 대한 일부 국민의 인식및 대응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朴총장이 이른바 주사파 파동 당시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는 주사파가 있다고 했을 때 일부 지식인.정치인. 학생들은 증거제시를 요구하며,朴총장을 몰아붙였다.또 신부의 고해성사 공개의 당위성을 따졌다.韓씨의 이번 증언은 이에 대한 하나의 좋은답변으로 판단된다.
韓씨는 북한에 잠입해 북한을 위해 일하겠다고 서약한 인사가 많으며,남한에서 간첩신분을 밝혀도 심지어는 반갑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이런 사람들이 그동안 진보파然 하면서 우리의 대북인식을 어지럽게 한 장본인들 중의 주류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특징적 속성은 남북문제가 꼬이는 원인과 책임을 남북 양측에 균등하게 돌리는 양비론(兩非論)을 편다는 점이다.다른 사안에선 양비론을 가장 배격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말이다.그러면서 北에 대해선 침묵하고,우리 정부의 정책과 입 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편에 선다.국민,특히 청년층은 이같은 사상적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정권의 본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北-美간 핵문제가 타결되고,그 여파로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은 암살지령같은 오랜 수법의 대남타격을 여전히 기도했다.겉으론 평화공세를 펴면서 실제론 대남도발을 자 행해온 북한의 일관된 노선에 대한 정확한 인식아래 북한문제를 보는 시각을분명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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