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벽 못 넘은 롬니, 부친 이어 대선 도전 꿈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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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대를 이은 대통령 꿈이 또 이뤄지지 못했다. 공화당 경선에 나섰다 7일 포기를 선언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정계와 재계를 넘나든 억만장자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대권 도전에 나섰으나 다시 좌절하고 말았다.

1947년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그의 부친은 미시간 주지사를 지내고 196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까지 나섰던 조지 롬니이며 어머니 레노어 롬니도 1970년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바 있다.

정치 명문가의 막내 아들인 그는 매사추세츠주로 이주 아버지처럼 주지사를 지낸데 이어 2008년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어 40년 전 부친이 이루지 못한 꿈에 재도전하는 기록을 세웠다.

롬니는 아버지를 따라 인권 시위에 참가하는 등 일찌감치 정치를 익혔으나 경제계로 진로를 바꿔 투자회사 베인 캐피털을 공동 창업하고 컨설팅회사 베인&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거액을 벌었다. 롬니 부부의 재산 추정액은 1억9000만-2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롬니는 모르몬 교도가 70% 이상인 유타주 솔트 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02년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적자구조에 부패 스캔들까지 겹친 난제들을 극복하고 1억달러의 흑자 대회로 치러내는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어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당선돼 2002~2006년 재직하며 대권 도전 기반을 닦았다.

2005년 일찌감치 주지사 재선 포기를 선언한 그는 곧바로 대선 출마를 노려왔으며 지난해 1월 주지사 임기가 끝나자 대권 도전 행보를 본격화했다.

롬니는 특히 초반 경선지역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승리해 전국적 승기를 잡는다는 전략 아래 이들 지역에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 표밭을 닦았으나 모두 2위에 그쳐 기성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특히 후보경선의 최대 분수령인 5일 '수퍼 화요일' 결전에서 선두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에게 대패함으로써 선거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위기에 몰렸다.

그는 경제경험과 뚜렷한 보수주의 성향을 부각시켰으나 목사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지지층이 겹치는 바람에 만회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모르몬 교도라는 종교적 배경은 큰 취약점으로 꼽혔으며 보수파 기독교인의 지지가 확실한 허커비에 비해 크게 불리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USA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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