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오움(AU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대 인도(印度)에서 신성한 뜻을 품은 주문(呪文)으로 쓰이던「오움」은 A.U.M 3자가 합성된 것으로 A는 근본(根本)을,U는 본질(本質)을,M은 귀결(歸結)을 의미한다.나중 불교의『대승경전』(大乘經典)에서도 이 문자를 취해 그 3자가 불(佛)의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을 나타내는 것이라해석했다.라마교 신자들이 극락왕생을 기원할 때 주문으로 사용했던「옴마니밧메훔」(오오,蓮花上의 摩尼珠여)도 오움에서부터 비롯한다.입으로 읊으면 공덕이 따르고, 글로 써서 몸에 지니거나 집안에 간직해둬도 생사의 세계에서 해탈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실은 일종의 감탄사에 불과할는지도 모르지만 시대의 변천과 함께 수없이 많은 신비한 해석들이 등장한 것이다. 심령학을 연구하는 우리나라의 어떤 작가도 오움이란 단어의 주술적(呪術的) 효과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그는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이 공해물질과 유독가스로 충만해 있기 때문에 이를 몸밖으로 배출할만한 방법을 찾다가 20여년전 오움 진동 수(振動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방법과 과정이 복잡하지만 우선 몸안에 사리(舍利)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사리가 만들어진 사람에게 오움 진동수를 마시게 하거나 오움이라는 소리를 진동시켜 흡수하게 하면 몸안에 축적된각종 유독가스가 여러가지 냄새를 풍기면서 몸밖으 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황당하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같은 방법으로 많은 난치병 환자들을 치유했다고 주장한다.
일본(日本)의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우무」(오움의 일본식 발음)진리교(眞理敎)라는 신흥종교집단도 오움을 자기들 나름대로 해석,신도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오움이 우주의 창조.유지.파괴를 뜻하는 것이라면서 수행(修行)할 때 오움이란 소리를 내면 정신이 통일되고소리에 빨려들어가 득도(得道)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대개의 유사종교나 사교(邪敎)들의 종말론이 그렇듯 지구에 종말이 닥쳐와도 오움만 읊고 있으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교리가 어떻게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먹혀들어갈 수 있었는지 도무지 궁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