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8.제비의 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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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봄이면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 온다.그들은 태국.필리핀.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번식을 위해 다시 우리나라를 찾는다.이른봄이면 수컷들이 먼저 도착한다.수컷보다 뒤늦게 도착한 암컷들은배우자 선택권을 갖는다.암컷들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는 잘생긴 얼굴보다 수컷의 긴꼬리에 점수를 더준다.수컷의 꼬리가 길수록 암컷들은 좋아한다.실험적으로 꼬리깃을 잘라버린 제비는 암컷을 배우자로 맞이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정상적 꼬리를 가진 제비들은 번식지에 도착해 자기 배우자를 만나는데 평균 8일 정도 걸리는데 비해 인위적으로 꼬리가 잘려진 제비는 12~13일이 걸렸다.그러나 이와 반대로 꼬리를 더길게 만들어 준 제비는 평균 3일만에 자기 짝을 만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긴 꼬리를 가진 제비는 짧은 꼬리 제비보다 일찍 결혼하게 되고,결국 결혼이 빠른 제비쌍들은 한 번식계절에 여러번 번식을 하게 된다.적어도 그들은 한 계절에 한 배의 알을 2~3회에 걸쳐 낳아 기를 수 있다 .그래서 수컷들은 가능하면일찍 짝을 짓기 위해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왜 수컷들은 정상보다 훨씬 더 긴 꼬리를 갖도록 진화되지 못했을까.그 해답은 더 많은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꼬리를 길게 해준 수컷들은 먹이를 잡는데 불리했다.
사냥한 먹이 크기가 작았고,이것은 영양부족으로 이어져 마침내털갈이 때 빈약한 깃털과 더 짧은 꼬리로 자라게 했다.결국 이런 수컷들은 그 이듬해에 배우자를 유인하는데 훨씬 시간이 많이걸렸고 번식감소의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그럼 왜 암컷들은 긴 꼬리를 가진 수컷들을 좋아하는가.제비의몸에는 진드기가 기생한다.이 기생충은 제비 어미와 새끼의 피를빨아 먹고 산다.진드기에 감염된 둥지에서 자란 새끼들은 크기도작고 사망률도 훨씬 높다.이 사실은 진드기■ 제비둥지에 넣거나제거하는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것은 진드기 감염정도(저항력)가 유전이라는 데 있다.새끼가 부화되자마자둥지들간에 새끼들을 절반씩 바꾸어 넣어주는 실험을 해보면 새끼들이 기생충에 시달림을 받는 것이 어미의 저항력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즉 바뀐 둥지에서 자란 새끼들의 기생충 저항력이 양부모에 의하지 않고 원래의 부모에 의해 생긴다는 사실이다.이 실험은 진드기에 대한 저항능력이 유전적이라는 사실을 더욱확실하게 해주 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이 제비의 꼬리와 연관이 있단 말인가.긴꼬리를 가진 부모들은(비록 새끼때 진드기가 많은 다른 어미의 둥지에서 길러졌어도)진드기에 덜 괴로움을 겪는 새끼를 갖는다.
이것은 아빠의 긴 꼬리와 자식의 진드기에 대한 저항력과 관계가있는 것이다.그래서 수컷의 꼬리 길이는 기생충 저항력 정도를 알려주는 신호역할을 한다.결론적으로 말해 제비 암컷들은 자식에게 좋은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수컷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박시룡 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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