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왜 쿠르드族 공격하나-국내 정치위기 눈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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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회교曆으로 다시 한해가 시작되는 21일 이라크와 이란,터키의접경지대는 총성과 포연으로 첫 새벽을 맞았다.
터키는 지난 74년 키프로스 침공(1만명)때보다 3배 이상의병력을 투입,2차대전 이후 최대의 토벌작전을 벌이고 있다.
터키는 당분간 내부의 필요성에 의해서도 강도높게 쿠르드족 토벌작전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이번 진공의 배경에도 최근 이스탄불과 앙카라의 알라위트파 유혈시위로 인한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그리고 터키와 이라크.이란등 주변국가들은 국가적인 어려움이 닥칠때면 항상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제물로 삼아왔다.
특히 터키의 경우 쿠르드족의 절대다수인 1천2백만명이 거주하고 있어 항상 견제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그러나 지난 1천년동안 한번도 독립국가를 갖지못한 쿠르드족에게는 전쟁과 토벌,죽음이 항상 따라다녔다.쿠르드노동자당(PKK)이 지난 84년 분리독립을 선언한뒤 11년동안에도 최소한 1만5천명이 숨졌다.쿠르드족은 인구 2천만명으로 세 계 최대의 유랑민족이면서도 팔레스타인민족에 비해 세계의 주목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
쿠르드족 반군에게 95년은 최대의 시련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91년 걸프전 이후 유엔군 비행금지 구역에 기대어 쿠르드반군은 이라크 북부산악지대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했지만 빈약한 무기에다 PKK와 쿠르드민주당(KDP),쿠르드 애국당(PUK)등으로 반군이 서로 반목하고 있어 강력한 세력결 집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터키와 이라크.이란등 주변국들은 쿠르드 반군 소탕에는언제나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여기에다 美백악관조차 이번 토벌작전에 대해『테러단체에 대해서는 응징이 당연하다』며 터키의손을 들어주어 쿠르드반군은 고립무원의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쿠르드족은 화전(和戰)양갈래길에서 불가피하게 타협쪽을 선택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분리독립의 주장을 당분간 접어두고 휴전과 함께「불완전한 자치」만으로도 만족하겠다고 물러설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터키의 진공에 대한 반발은 유럽에서 재연될 소지가 크다.이들 해외거주 쿠르드족은 터키의 가혹한 쿠르드 반군 토벌에 대항해 93년에도 유럽 20개의 주요도시 터키 공관을 습격,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어 당분간 이들에 의한 테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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