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가스사건 누가 왜 했나-관료 무차별殺傷 노린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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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0일 발생한 도쿄(東京)지하철 독가스사건은 무차별 살상인데다 재발을 막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누가,왜,무엇을 노렸나」마저 알 수 없어 일본사회가 받는 충격과 공포는 실로 대단하다.또「일본사 회는 안전하다」는 신화가 최근 총기사건 증가와 함께 이번 독가스사건으로 여지없이 무너져 일본국민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서구(西歐)테러리스트들이 범행후 곧바로 범행동기와 목적 등을 밝히는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범행을했다고 주장하는 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사건의 목적은 『사회불안을 일으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서구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 살상경향과는 그 궤를 같이한다.누가 죽어도,몇 명이 죽어도 관계가 없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이번 사건의 특징은▲범 행현장이 16개驛인데다▲일본의 심장부인 관청가를 노린 흔적이 보이고▲혼잡이 예상되는 출근시간대를 범행시간으로 잡았다는 3가지로 압축된다. 이에 따라 사회심리학자들은 사회에 불만을 가진 광신적 확신범들이 아주 계획적.조직적으로 악랄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또 사린이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이 아닌데다 운반도 쉽지 않아 전문기술자 등이 가담한 고 도의 하이테크 범죄로 추측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린이 검출된 5輛의 전차가 모두 오전8시9분부터 13분사이 일본의 관청가가 밀집된 가스미가세키(霞ケ關)역에 도착하거나 도착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범인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출근길 공무원들을 무차별로 노리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이번 사건은 또 청산가리가 든 음료수사건 등과 달리 개인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독극물이 들어있는 음료수의 경우 개인이 주의하면 재발방지가 가능하나 이번 사건은 개인은 물론 당국도 재발방지책을 세우기가극히 어렵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전철로 출근하는 승객들의 가방을 하나하나 조사할 수 없어 범인이 마음만 먹으 면 언제든지 범행을 다시 저지를 수 있다.
지난해 6월 7명이 숨지고 2백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나가노(長野)縣 마쓰모토(松本)시의 독가스사건도 사린살포에 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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