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씨앗 11종 ‘우주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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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산씨가 우주공간에서 실험할 과학 장비와 보급품을 실을 무인 우주선 프로그레스호. 이 우주선은 5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고산씨는 4월 8일 러시아 유인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올라가 프로그레스호가 부린 장비와 씨앗(아래 사진)을 가지고 우주실험을 한다.

한국의 토종 씨앗 11종이 5일 러시아 무인 화물 우주선 프로그레스호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한다.

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 첫 우주인 고산씨가 4월 8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기 전 과학실험 장비를 먼저 보내는 편에 씨앗도 함께 보낸다고 4일 발표했다. 프로그레스호는 5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 예정이다. 씨앗은 우주에 올라갔다 온 것과 지상에만 있었던 보통 씨앗의 생장과정을 비교하기 위한 실험에 쓰인다.

프로그레스호에 실리는 토종 씨앗은 벼·콩·무·유채·들깨·난·애기장대·고추·무궁화·코스모스·민들레 11종으로 총 500g이다. 씨앗은 2개월여 동안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우주 방사선 등에 쏘인 뒤 고산씨가 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할 때 가져올 예정이다.

씨앗들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다. 그러면 우주 방사선과 무중력, 낮은 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우주 씨앗’ 중 품종이 좋은 것을 골라 상용화도 한다. 이를 ‘우주선 육종’으로 부른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우주선 육종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9월 중국 스젠(實踐) 위성에 여덟 가지의 씨앗을 실어 보냈다. 우주 여행을 하고 온 ‘석곡’이라는 난(蘭)의 씨앗은 잎에 흰 무늬가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프로그레스호에 실리는 고산씨의 과학실험 장비에는 씨앗 외에 ‘안압과 심전도 측정기’ ‘얼굴 형상 변화 촬영 장비’ 등이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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