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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정보화 기반 산업을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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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선 정보산업이다. 특히 유비쿼터스 산업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보산업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서비스 산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혹독한 한파를 겪으면서 생존 능력을 빠르게 키워온 것이 금융·전자상거래·의료·교육 분야다.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부문도 유력한 산업 중 하나다. 다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선호에 의해 건설업이 포함될 수도 있겠다. 유비쿼터스 도시나 에코시티와 같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질 도시 구축 노하우는 대규모 수출 항목으로서 새로운 국부 창출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산업과 서비스산업에 건설업이 융합되는 것이 정보화 기반의 공간산업이다. 전통적인 공간산업의 범주에 드는 것은 토목·건축·건설·디자인 분야가 있다. 정보화 기반의 공간산업은 여기에 정보화 기술이 더해져 집·사무실 같은 실내 공간이나 옥외 공간에서 자유롭고 편리하게 각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받게끔 해주는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그러한 공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양도할 수 있어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쉽게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적 서비스산업이다. 예를 들어 TV의 한 드라마 장면을 보고 그 장면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마치 파일을 다운로드 하듯 내려받으면 자신이 있는 장소에 있는 기기들이 그 분위기를 재현해 준다. 신혼여행을 가서 좋은 추억을 만들 당시에 연출된 분위기를 복사해 두면 영구적으로 어디서든지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전 세계의 가보고 싶은 상점을 내가 있는 곳에서 체험할 수 있고 쇼핑도 가능하다. 대형 쇼핑몰의 한 코너에 전국의 재래시장 품목을 가상적으로 보여주고 그 장소에서 결제와 택배도 가능해진다. 과로에 지친 사람이 자기 집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제안한 스트레스 저감을 위한 처방을 내려받으면 자신의 공간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상황 인식이나 무선 네트워크 및 증강 현실 등을 포함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은 이러한 지능공간 구축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발전했으며, 가전기기나 옥내외 시설물 등을 이에 맞도록 보완 개발하면 된다.

정보화 기반의 공간산업은 앨빈 토플러가 ‘제4의 물결’에서 취미생활과 같은 일반인의 비경제적 활동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한 예측과도 잘 맞는다. 각자가 만든 공간은 서로 공유될 것이며 매매될 수도 있다.

직선제 개헌으로 5년마다 청와대의 주인이 바뀐 지 20년가량이 흘렀다. 그럴 때마다 산업 육성 전략도 그 주기에 맞게 변천해 온 것 같다. 그러나 산업의 변천 과정이 5년 간격일 리는 없다.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선호하는 산업분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것은 새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업은 어디까지나 행정 혹은 정치적 관점이 아닌 세계 경제의 맥락에서 개발·성숙·융합토록 하는 것이 순리라는 상식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결국 지금까지 역점적으로 투자해 온 산업과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을 아우르며 갈 수 있는 신산업분야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유력한 해답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화 기반의 공간산업은 차기 정부에서 시의적절하게 육성할 만한 산업이다.

권오병 경희대학교 국제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