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녀 張한나양 "첼로 줄 자주 끊어져 속상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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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5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강당.모두들 숨을 죽이며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12)양의 연주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때 무대 뒤에서 남몰래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 徐혜연(37)씨.徐씨는 연주도중 혹시 줄이 끊어질지,조율이 풀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가슴조였다.
장양이 현재 쓰고 있는 첼로는 美 줄리아드 음대에서 빌려준 프랑스제 티에르 8분의7 사이즈.연습때면 2시간에 한번꼴로 줄이 끊어져 늘 애를 먹인다.이 때문에 깊은 소리를 내기 위해 테크닉을 구사하려면 쇳소리가 나고 줄이 끊어질까봐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徐씨는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출전 직전에 전문가에 의뢰,악기를 점검했으나 끝내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지휘자 시노폴리는 15일 협연이 끝난후『이런 악기를 가지고 훌륭한 연주를 해내다니 놀랍다』면서『한나가 좋은 악기를 구하면5배나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양의 천재성을 발굴한 첼리스트 마이스키는 지금도 뉴욕의 한악기점을 방문할 때마다 『이 악기주인은 한나인데…』라고 중얼거리며 쓰다듬는 첼로가 있다.그가 점찍어 놓은 악기는 하인리히 쉬프(43)가 쓰던 과다니.악기가격은 1백65만 달러(한화 약12억원.보험료 90만 달러 포함).
어머니 徐씨는 지난해 10월 콩쿠르 직후「이 악기를 구입,임대해줄수 없겠느냐」는 내용으로 호소문을 문체부장관에게 보냈다.
이 호소문은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에 전달돼 포철등 6개 회원사들이 전화문의를 하는등 관심을 보였으나 단일기업에서 구입후 영구임대하는 조건이라는 협의회측의 설명에 모두들 주춤했다.개인에게 거액을 희사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맞지않다는 게 그 이유.
***日本은 政府서 임대 구미각국에서는 정부나 기업이 악기를구입,뛰어난 신인들에게 임대해주는 경우가 많다.일본 정부도「정경화 콤플렉스」를 해소키위해 수년전 바이얼리니스트 미도리(23)에게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구입,임대해 주었다.
우리나라는 뒤늦게나마「장한나후원회」(회장 金命潤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가 18일 발족,장양에게 새악기를 마련해주기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음악팬들은 장양이 내년 10월께 문화일보홀에서 열리는 첫 고국독주회에서 새 악기로 더욱 성숙한 연주를 들려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李長職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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