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허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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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운전할 때는 휴게소에 들러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 줘야 한다. [중앙포토]

명절 즐거움은 팔·다리·허리·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차례상 차리기에 여념이 없는 여성뿐 아니라 장시간 운전하고 물건 나르기를 담당하는 남성들도 괴롭힌다.

또 대가족이 빙 둘러앉아 즐기는 고스톱·윷놀이 등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한몫한다. 명절 때면 혹사당하는 근·골격계 건강, 어떻게 지켜야 할까.

◇장시간 동일한 자세가 통증 유발=몸체를 이루는 근·골격계는 다양한 자세를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구성돼 있다. 즉 여러 동작으로 모든 근육을 적절하게 수축·이완하는 게 가장 생리적이다.

수영 같은 운동을 하고 나서 ‘몸이 가뿐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반면 한 가지 자세만 취할 땐 특정 근육의 긴장이 높아지고 수축돼 결리고 쑤시는 통증이 생긴다. 그래서 인간은 자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

명절 후 나타나는 삭신이 아픈 증상은 바로 한 가지 자세를 장시간 취한 탓에 나타난다. 주로 여성은 요리하느라 오랜 시간 서서 혹은 쪼그린 자세를 오래 취해서, 남성은 장시간 운전과 밤샘 고스톱이 주범이다.

원인이 이처럼 단순하니 해법도 간단하다.

일하는 도중에 수시로 자세를 변화시켜 주고 목· 어깨·무릎 등을 스트레칭해 주면 된다.

스트레칭의 첫째는 무리한 근육 수축을 이완시켜 주는 방향, 즉 취했던 자세와 반대 방향의 자세를 10~30초간 유지하는 일. 예컨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면 뒤로 젖힌 자세를 취하면 된다.

관절 부위를 천천히 회전운동시켜 주는 일도 중요하다. 목 돌리기, 팔 돌리기, 허리 돌리기 등의 운동이 여기 해당한다.

◇남성은 장시간 운전과 고스톱이 문제=가족과 선물을 실은 운전대를 잡는 기분은 유쾌하다. 하지만 도로가 정체되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근육이 굳어지면서 피로가 쌓이기 쉽다.

따라서 안전벨트를 매기 전 운전하는 자세부터 바르게 취해 보자. 등받이는 90도가 되게 수직으로 세워야 하는데 등받이가 닿는 부위는 등이 아닌 허리라야 맞다. 운전 중 휴게소에 틈틈이 들러 체조, 심호흡, 목·팔·다리·허리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도 풀어줘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 트렁크에서 짐을 꺼낼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한쪽 다리를 범퍼 위에 올려 놓고 최대한 트렁크 속의 물건을 자신의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는 게 원칙이다. 이후 허리는 편 채 무릎을 굽혔다 펴는 힘으로 물건을 들어야 한다.

고스톱 역시 허리 건강을 해친다. 척추에 전달되는 무게는 누울 때에 비해 서 있을 때 2배, 앉으면 4배로 증가한다. 또 앉더라도 의자보다 바닥에 앉으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은 배가 된다. 문제는 고스톱은 양반다리를 한 채 바닥에서 몇 시간씩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이 상태는 허리는 물론 무릎 관절에도 부담을 준다.

따라서 고스톱도 중국 사람들이 마작을 하고 서양인들이 포커를 칠 때처럼 식탁에 둘러앉아 하는 게 권장된다.

또 매번 판이 끝날 때마다 다같이 일어나 허리를 뒤로 하고 팔을 뒤로 돌리는 등의 스트레칭을 10분씩은 하도록 하자

◇여성은 오랜 시간 서거나 쪼그린 자세 피해야=오랜 시간 선 자세는 허리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혈액이 다리로 쏠려 특히 중년 이후 여성들은 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서 있을 땐 발의 무게중심을 앞·뒤·좌·우로 수시로 옮겨 혈액 순환을 좋게 해야 한다. 만일 원래 다리 실핏줄과 정맥류가 있는 여성이라면 의료용 고탄력 스타킹을 착용해 보자.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는 허리뿐 아니라 무릎 관절에도 부담을 준다. 실제 쪼그렸을 때가 서 있을 때보다 7~8배의 자극을 가하는 셈이다. 특히 서양에서는 3%밖에 안 되는 원형 반월상연골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는 30%나 돼 쪼그린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여성은 체중당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의 50%에 불과해 무릎 연골이 쉽게 손상되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일은 의자에 앉아 가급적 무릎을 편 상태로 하자. 부득불 바닥에서 일해야 한다면 30분에 한 번씩은 일어나서 허리 스트레칭과 걷기를 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운동의학센터 진영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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