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우 특허청장 “법 개정안 1년 이상 표류 소비자 불만 외면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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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호사·변리사 공동 변론 문제는 양측 간 영역 다툼 차원을 넘어 법률 소비자인 기업과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전상우(사진) 특허청장의 말이다. 그는 “변호사와 변리사 공동 대리인 도입을 골자로 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일 년 넘게 표류 중인 것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영향이 크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변호사 측에서는 공동 대리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계속 주장한다.

“특허 전쟁을 몸으로 직접 겪고 있는 기업들의 불편과 피해를 외면하는 말이다. 특허 기술은 변리사라 해도 전공이 다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물며 일반 법률 전문가들이 어떻게 특허 기술을 놓고 법정 공방을 제대로 벌일 수 있겠는가. 기업들에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변호사가 변리사의 공동 선임까지 막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특허청장이 변리사 편을 든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데.

“소송 당사자의 이익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언이다. 기업들의 하소연을 들어 보면 안다. 특허권자들은 특허를 방어하기도 하지만 자사 특허로 경쟁 기업을 공격하기도 하는데, 자신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동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면 변호사가 피해를 보나.

“모든 민·형사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호사는 필수적으로 소송에 참가한다. 변리사는 기업이 원할 경우만 선임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특별히 피해를 본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의 사법제도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도 영향을 미치나.

“그렇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 법률 시장도 점차 개방된다. 특허 기술을 잘 아는 미국의 특허 변호사들이 들어오면 기존 국내 변호사들의 경쟁력은 더욱 밀리게 된다. 변호사와 변리사 공동 대리인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전국 공대학장과 이공계 대학생 등 변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변리사법 개정을 지지하는 이유는 뭔가.

“이공계 출신들은 아주 어려운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대부분 인문계 출신인 변호사들은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받는다. 이걸 이공계 역차별로 보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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