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슨 베이커 新作 "페르마타" 번역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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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소설속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나갈수 있을까를 실험이라도 하는듯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추구해온 미국작가 니컬슨 베이커의 신작 장편 『페르마타』(문학세계刊)가 번역돼 나왔다.
베이커는 미국문단의 순수문학 작가로는 가장 노골적인 성묘사로논란을 불러일으킨 작가로 92년 폰 섹스를 다룬 소설 『복스』(Vox)로 미국전역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베이커가 천착하는 세계는 성적욕망의 세계로 그의 소설은 이 욕망의 움직임을 슬로모션처럼 세밀하고 정확하게 그려낸다.
이같은 경향 때문에 그는 『포르노와 성적학대를 둘러싼 문화적소동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난과 『성묘사가 노골적이지만 따뜻하고 관대한 정신이 담겨 있다』는 양극단의 평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페르마타』는 시간을 정지시킬수 있는 주인공을 등장시켜완벽한 행위의 자유와 도덕적 책임의 면제라는 환경이 주어졌을때나타나는 성적욕망의 양태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아노는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준비중이며 사무실의 임시직타이피스트로 일을 즐기는 35세의 노총각이다.그는 국민학교 4학년때 자신이 시간을 정지시킬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늘임표」라는 뜻의 음악용어인 페 르마타는 그러한 능력을 지칭한다.아노가 페르마타를 사용해 시간을 정지시키면모든 움직임이 정지되고 아노는 그 공간에서 마음대로 활개치는 것이다. 아노가 페르마타를 이용해 하는 행위는 성적(性的)인 것에 국한돼 있다.그는 국민학교 4학년때부터 담임선생의 블라우스 단추를 살피고 알몸을 훔쳐보기 시작, 35세가 될때까지 이짓을 계속한다.회사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아파트에 들어가 기도 하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 바로 옆에 포르노 소설을 써서 놓아두기도 한다.그러나 아노는 호텔 부엌에서 새우 두 마리를 집어온 것을 제외하면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
주인공 아노가 쓰는 자서전 형식을 띤 이 소설은 아노가 여자친구인 조이스에게 이 능력을 빼앗기기까지 계속해온 훔쳐보기 기행에 대한 고백으로 구성된다.
니컬슨 베이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 소설은 재미를 지향하고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과 생각에 관한 진실을 포착하려는 의도에서 썼다』며 『그것은 대단히 불손하지만 동시에 피할수 없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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