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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서 막가파식 민족전쟁 '국제 망신' 자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부 네티즌들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때아닌 '민족전쟁'을 벌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은 악의적 ‘혐일(嫌日)’ 동영상을 올려 일본 네티즌과 말싸움을 벌이거나, 한국을 비판하는 영상과 댓글에 마구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외국 네티즌은 "또 싸움 났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 “일본은 인권 후진국” 영상에 한ㆍ일 싸움= 최근 한 국내 네티즌이 일본의 노인ㆍ아동 학대 영상을 올리며 “일본은 인권 후진국”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본 일본 네티즌이 반박 댓글을 달았고, 이내 싸움이 시작됐다. 지나가던 외국 네티즌은 “일본도 나쁘지만 한국은 더 나쁘다”는 댓글을 남겼다.

국내 네티즌은 유난히 일본에 민감하다. 일본인의 실수나 예민한 문제를 건드려 일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식이다. 최근 한 네티즌은 '겁쟁이 일본 남자의 추태'라는 제목으로 일본인 야구 선수의 실책 동영상을 올렸다. 그가 “상대편 선수에게 공을 고의적으로 맞추고 도망가는 비열한 난쟁이”이라고 조롱하자 이내 “통쾌하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표적은 일본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에는 일명 ‘호러블보이’사건으로 떠들석한 적이 있다. 영화 ‘디워’가 미국에서 개봉하자 이를 관람한 한 흑인 소년이 유튜브에 “디워는 끔찍한 영화”라는 자작 영상을 올렸고, 이에 화가 난 국내 네티즌들이 “네 손가락은 어두운 곳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못난 니그로”라고 욕했다. 이 소년은 내내 ‘호러블보이’로 불리며 조롱 당했고 결국 “한국을 욕한 것도 아닌데 왜 감정적으로 나오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냉소적인 내용의 후속 동영상을 올렸다.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국제망신' = 일부에서는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 결국 ‘국제 망신’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며 스스로 '네티켓' 회복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글이나 국내 관광 명소 홍보 동영상을 유튜브에 적극 올리는 등 건전한 방법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 다음카페 ‘한류 열풍 사랑’ 회원들은 ‘유튜브 한국알리기’라는 코너를 운영하며 캠페인에 나섰고, 악의적 동영상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민경배 교수는 “유튜브는 제3의 나라도 지켜보는 글로벌한 공간인 만큼 서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네티즌 간 싸움이 커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수단으로 한국을 적극 홍보하는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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