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自體 新엔高 死角지대-올들어 환차손 636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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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화 시대에 국제환율 동향이「남의 일」인 줄로만 알고 있는국제금융의 사각(死角)지대가 있다.
바로 서울.부산.대구시등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로,이들은막대한 엔貨차관을 쓰고 있으면서도 최근의 엔高등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아직도 크게 의식하지 못한 채 이렇다할 전문 인력한 명 없이 환차손(換差損)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관계기사 3面〉 내무부의 시산(試算)으로는 올들어 10일까지 전체 지방자치단체들의 엔고로 인한 추가부담액은 6백36억5천7백만원에 이른다.
『서울시 외화 부채 6천억원중 엔화 부채는 절반인 3천억원선이다.올해 상환액은 70억원 정도인데 환율은 더 오르거나 떨어질 수도 있어 지금 판단하긴 어렵고 따라서 별도의 대책은 없다.』 현재 3백22억엔의 엔화 차관 잔액을 안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도 외화 부채를 계산하는 단위가 달러나 엔이 아니라 원이다.
단순 계산이지만 올들어 10일 현재까지 엔화 값이 원화에 대해 이미 8% 절상되었으니 벌써 장부상 2백20억2천2백만원의부담이 늘어났고,지하철 건설을 위해 엔화 차관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지난 91년과 비교하면(91년말 1백엔당 6백7.18원,10일 현재 8백59.07원)엔화의 원화에 대한 절상률이 29.3%에 이르고 있는데도 자못 한가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환율 위험에 대한 대책은 전무(全無)하다.다만 대구시가 발행한 해외 증권은 오는 98년에 일시 상환키로 해 현재로선 손실이 나타나지 않았다.』대구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오는 98년에 가서 엔고에 따른 환차손이 일시에 나타날 터인데 그에 대한 대책은「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나라 전체의 엔화 표시 부채는 99억달러며,이중 산업은행등 금융기관의 부채를 제외한 엔화 공공차관은 65건 2천6백49억엔에 이른다.
엔화 공공차관만으로도 올들어 벌써 1천8백11억6천5백만원의장부상 환차손이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통화스와프등 금융기법을 동원해 환차손을 피해간 금융기관들과는 달리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쓰고 있는 엔화 공공차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경원 관계자는『지방자치단체의 공공차관은 내무부가 관리하므로 우리는 정확한 현황 파악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내무부 관계자의 언급은 더욱「위험」하다.
『기업과 같은 換 위험 사전 분산책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 외화 차관은 보통 6~15년의 장기차관이고 연도별 상환 계획이 짜여 있어 환 위험 사전 대비는 힘든 상황이다.』 내무부는 실제로 지금까지 환차손이 발생하면 각 자치단체가 알아서 나름대로 추경(追更)예산에 반영토록 해 왔다.환차손이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이 된 것이다.
당장 경상북도의 지방공사 의료원들은 올해의 엔고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으나 의료원들의 차관 도입을 주선한 보건복지부도 속수무책이긴 마찬가지다.
『지난 88~89년 엔고 때도 결국 우리가 다 부담했다.이번에도 문제가 심각해 현재 보건복지부에 환차손을 보전해달라는 의견을 모아 건의할 생각이다.』 경북 도립 김천의료원측의 고충은다른 의료원들도 마찬가지다.현재 33억2천3백만엔의 부채가 남아 있는 광주시도『대책이 없다.정부가 환차손을 보전해주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명색이 세계화를 외치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의「현주소」다.
〈전국부.수도권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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