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딛고 일어난 ‘명품 한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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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조청한과 김현의 대표가 30일 직원들과 함께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기름에 튀긴 음식인데도 한과에는 심혈관 질병을 높이는 트랜스 지방이 거의 없어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한과 생산을 중단 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공장을 한 달만에 다시 짓고 설을 앞두고 한과 생산을 재개한 ‘의령조청한과’(의령군 칠곡면 내조리) 김현의(53·여)사장. 그는 요즘 7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밀려드는 주문을 대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 30억원으로 전국 1000여 곳의 한과업체 중 10위권에 오를 정도로 탄탄했으나 지난해 11월 2일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종업원들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동안 일어난 불로 350평 공장이 사라졌다.재산피해만도 10억원이었고,찹쌀,콩 등 고급원료 1억원어치도 불탔다. “막막했지요. 하지만 한과의 우수성을 너무 잘 알기에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자동화 설비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과자와 한판 붙어보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의령군으로부터 2억원을 융자받고 주위에서 빌린 돈 5억원으로 한달여만에 공장을 다시 지었다.공장에서 일하던 할머니들과 친지들이 성금 2000만원을 건네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새 공장에는 튀기기→조청 입히기→쌀가루 입히기→진공포장 과정을 자동화했다. 고른 품질에 생산량을 늘려 생산단가를 낮춰 과자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10년간 한과를 만들면서 한과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불 나던 날도 창원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한과 만들기 강연하는 등 전국을 돌며 한과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말 트랜스 지방 함량을 의무표시하도록 한 뒤 김 사장이 인제대 식품연구소에 자신이 만든 한과의 트랜스 지방 함량을 분석의뢰한 결과 0.02%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검출로 표시토록 허용한 0.05% 이하여서 검출 안된 것과 같다고 한다. 피자 한조각의 트랜스 지방 함량이 손가락 크기의 유과 400개와 비슷할 정도로 한과의 트랜스 지방함량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피자나 과자에는 마가린·쇼트닝과 같은 고체 경화유가 들어갑니다. 돼지기름을 화화적을 변화시킨 경화유가 열을 받으면 조직이 뒤틀려서 트랜스 지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과를 튀길 때는 유채씨 기름을 쓰고 자주 갈아줘 깨끗한 상태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트랜스 지방이 거의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름을 데울 때도 섭씨 110도, 165도로 두 차레 걸쳐서 온도를 올려 트랜스 지방을 최소화 한다. 트랜스 지방은 200도 이상으로 갑자기 가열할 때 주로 생기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은 심혈관 질병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과에 쌀가루를 입힐 때는 조청을 고집한다. 찹쌀에 엿기름을 넣고 정통방법으로 고아 낸 조청의 단맛은 맥아당인 쟈연당분으로 당뇨환자가 먹어도 될 정도로 함량이 낮다는 것이다.

그녀는 “수입 옥수수로 만든 물엿을 입힌 품질 낮은 한과는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한다. 이 물엿은 윤기가 돌아 먹음직스럽지만 화학적 방법으로 단맛을 내는 것이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량생산 체제로 한과 생산 단가를 낮추고 한과의 좋은 점을 널리 알려 과자를 덜 먹게 하고 싶습니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과를 생산에 나선 김 사장의 꿈이다.

 글=김상진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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