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러시아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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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월 2일 실시되는 러시아 대선이 맥빠진 선거가 될 전망이다. 유력 야당인사들의 입후보가 거부당해 블라디미르 푸틴(사진w左) 대통령의 후계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右) 제1부총리의 압승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푸틴 대통령이 총리직을 맡아 국정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러시아 중앙선관위가 27일 푸틴에 반대해 온 유력 야당 정치인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의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고 리아 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선관위는 “무소속으로 입후보한 카시야노프가 제출한 지지자들의 서명을 확인한 결과 13.4%가 무효로 확인돼 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선거법상 무소속 후보는 최소 200만 명의 지지자가 서명한 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며, 서명의 5% 이상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후보 등록이 거부된다.

야당 연합인 ‘민중민주동맹’을 이끌고 있는 카시야노프는 “푸틴 대통령이 나의 입후보를 막았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푸틴 정권 1기(2000~2004년)에서 총리를 지내다 2004년 2월 해직당한 뒤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후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야당 탄압을 앞장서 비판해 왔다.

이 밖에 전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반정부 활동을 펼쳐온 가리 카스파로프도 지난해 12월 당국의 방해를 이유로 후보 사퇴를 발표한 바 있다.

이로써 이번 대선에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후보 메드베데프(43) 부총리, 극우주의자인 자유민주당 지도자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62), 민주당 당수 안드레이 보그다노프(38), 최대 야당인 공산당 지도자 겐나디 주가노프(64) 등 4명만이 참가하게 됐다. 하지만 지리노프스키는 의회에서 여당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야당 표 분산을 위해 크렘린이 급조한 정당이다. 주가노프 이외에는 모두 여당 후보인 셈이다. 그러나 공산당 후보 주가노프의 사퇴설도 흘러나온다. 공산당 선거본부는 최근 여당 후보가 TV 공개토론을 거부할 경우 후보 사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설사 주가노프가 나서도 대선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말 푸틴의 후계자 지명을 받은 메드베데프는 사실상 대통령 자리를 굳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국민 사이에 푸틴은 개방 후 혼란에서 러시아를 구한 ‘구세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메드베데프는 6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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