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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대학도 떨어진 대학도 “말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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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로스쿨 예비인가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선정에서 탈락한 동국대학교 법학관 전자게시판에 유치를 기원하는 글이 게시돼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건국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치를 위해 전임교수만 39명을 뒀다. 개설 강좌 수도 140여 개다. 입학 정원을 100명으로 잡고 의욕적으로 시설 투자도 했다. 이 학교는 로스쿨 입학 정원을 40명만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건국대 법대 학장은 “39명의 전임교수가 40명의 학생 손을 잡고 개인과외를 해야 할 판”이라며 허탈해 했다.

30일 법학교육위원회가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잠정 확정한 가운데 정원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역균형 배분에 의해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는 지방대들은 법학교육위원회의 결정을 반겼다.

◇눈덩이 투자…쥐꼬리 정원=중앙대는 지난해 12월 120명의 로스쿨 입학 정원을 신청했지만 50명만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인원의 절반도 못 채운 것이다. 장재옥 중앙대 법대 학장은 “이런 식으로는 로스쿨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다같이 망하자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이 학교가 로스쿨 유치를 위해 시설 투자를 한 돈은 500억원 규모다. 35명의 로스쿨 교수진 중 상당수를 새롭게 초빙했다.

경희대도 입학 정원이 신청 인원보다 크게 줄었다. 이상정 경희대 법대 학장은 “입학 정원 120명을 기준으로 전체 운영비 대비 등록금 비율을 49%로 잡았다”며 “입학 정원이 60명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학교 운영에 재정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도 입학 정원이 100명에서 50명으로 반토막났다. 김대원 서울시립대 법학부장은 “이런 식으로는 로스쿨 운영이 힘들기 때문에 정원 재조정 문제가 곧 불거지게 될 것”이라며 “다른 대학들과 보조를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 가겠다”고 말했다.

서강대 장덕조 법대 학장대행은 “80명 신청했는데 40명만 배정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사실 로스쿨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최소한 정원이 100명은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인가기준에 따르면 학기당 50개 강의가 개설돼야 한다. 서강대처럼 정원이 40명이면 3개 학년에 120명밖에 되지 않아 한 강좌당 수강 인원이 2.4명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장 학장대행은 “법학교육위원회가 정원 배분의 기준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이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입학 정원 100명으로 로스쿨을 시작하게 된 이화여대 법대 김문현 학장은 “이렇게 작은 규모로는 다양한 교과목 운영 등 로스쿨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대는 표정 관리=경북대·부산대·전남대는 입학 정원이 120명씩 배정됐다는 소식에 말을 아끼면서도 크게 고무됐다. 장재현 경북대 법대 학장은 “로스쿨 전임교원으로 150명 정원에 필요한 기준보다 1명 많은 34명을 확보했으며, 외국어 강의 능력을 갖춘 변호사 7명을 겸임교수로 초빙했기 때문에 앞으로 교과과정 마련 등 최종인가 준비만 남았다”고 말했다.

120명 정원을 신청한 영남대는 신청 인원보다 50명 줄어든 70명의 입학 정원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다행스러워했다.

글=송의호·배노필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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