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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로스쿨 추가 논의 왜 “전북은 두 곳인데 경남은 한 곳도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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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9년 3월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을 놓고 교육부는 30일 밤까지 ‘지역 안배’ 진통을 겪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로스쿨 설치 때 지역균형 발전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9월 20일 김천혁신도시 기공식)한 것이 끝까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법학교육위원회는 전국 단위의 경쟁 없이 서울(서울·인천·강원), 대구·경북, 부산·경남, 광주(전남·북, 제주), 대전(충남·북) 등 5개 권역별로 나눠 25곳을 잠정 선정했다. 하지만 한 곳도 뽑히지 않은 경남도 경상대의 포함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이다.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25곳 중 선정 대학이 한 개도 없는 곳은 경남도와 전남도다. 경남도에서는 경상대와 영산대 두 곳이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전남도는 신청 대학이 한 곳도 없었다. 따라서 경남도와 전남도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 반면 부산 지역은 부산대와 동아대, 전북 지역은 전북대와 원광대 두 곳이 각각 선정돼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교육부는 막판까지 경상대 포함 여부를 놓고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말기의 로스쿨 선정이 철저한 지역배분에 얽매여 혼란을 자초한 셈이다.

◇“성적보다 지역 안배 우선”=지역배분 덕분에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제주대와 겨우 한 명이 합격한 강원대·충북대 등 여러 지방대가 ‘행운’을 누리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심사위원들은 “강원대와 제주대는 성적이 뒤처졌으나 지역 안배를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또 “성적은 괜찮았지만 특정 지역에 너무 몰린다는 이유로 아깝게 탈락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수도권의 2개 대학은 수도권 배정인원이 당초 52%에서 57%로 100명 늘어나 로스쿨 티켓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이경숙 총장이 인수위원장이 돼서) 선정 여부를 놓고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숙명여대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는 숙명여대가 이 총장이 인수위원장이 되는 바람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법학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정원 하한선을 40명으로 하는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학교를 운영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심사 점수는 비밀”=교육부는 30일 “비밀보호를 위해 개별대학의 평가점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스쿨의 평가점수는 총 1000점 만점이다. 교육과정(345)과 교원(195점) 부분이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교육 목표 40점, 입학전형 60점, 학생 125점, 교육시설 102점, 재정 55점 등이다. 심사위원 13명은 서류심사와 현장 평가로 점수를 매겼다. 점수를 산출할 때도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는 제외하고 평균을 냈다.

법조인 배출실적은 총점 1000점 가운데 25점(최근 5년간 사법시험 평균 합격자수 15점, 최근 5년간 법학과 졸업생 대비 합격자수 10점)에 불과하다. 법학교육위 A위원은 “법조인 배출 실적은 ‘과거 실적위주의 평가’라는 점 때문에 배점도 적었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며 “교수 개인 평가가 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고려 작용했나”=평가 점수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 지역에서 부산대·동아대 두 대학이 예비인가를 받은 것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 “권철현 의원의 힘”이라는 설이 나온다. 부산이 고향인 문 실장은 로스쿨의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의원은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동아대 교수를 지냈다. 전북 지역에서 전북대와 원광대가 예비인가를 받았다. 원광대는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치학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동국대는 ‘신정아씨 파문’으로 역풍을 맞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손병두 총장이 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은 서강대와 박범훈 총장이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장을 맡은 중앙대는 무난히 관문을 통과했다.

이 때문에 탈락 대학들은 투명하게 심사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지난해 9명의 사시 합격자를 냈는데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대학은 붙이고 우린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하고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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