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 임대 하루만에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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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월세값 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이발표 하루만에 뒤집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관계기사 31,35面〉 결국 하루 살이가 되고 만 정부 정책은 「2가구 이상을 임대하기만 하면 양도세를 면제한다」는 내용. 일반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한 이같은 해프닝은 기본적으로 정부 부처와 국.실 간의 의견 조율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채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덜커덕 발표부터 해 놓고보았기 때문에 빚어진 상황이다.
재정경제원의 김호식(金昊植)국민생활국장은 7일 물가차관회의에서 다룰 여러가지 물가안정 대책을 미리 설명하면서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요건을 완화하고 주택사업자로하여금 자기가 지은 집을 직접 임대토록 하는 방 안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임대주택 사업자의 인정 범위를 현행 5가구 이상에서 2가구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오르고 있는 전세.월세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진단해 7일 오후의 물가대책 차관회의에 올려진 안건이다.
그러나 주택사업자에게도 직접 임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은 차관회의 최종 안건에서 빠졌으며,임대사업자 등록요건 완화 문제를 두고는 차관회의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건설교통부는 전세값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재경원은 세제실의 입장을 들어 이의를 제기했다.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매기지 않는 상황에서 2주택 임대까지 양도세를 면제하면 현재 집을 두채 갖고 있 는 사람들이전세를 살면서 자기 집 두채를 5년동안 임대해 주었다가 양도세를 면하려 들 것이라며 세제형평상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였다.결국 이날 차관 회의는 『조세형평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토록 하자』고 결론을 냈다 .
그러나 재정경제원 이근경(李根京)세제심의관과 최경수(崔庚洙)재산세제과장은 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임대 사업자 등록요건 완화는 양도세제를 붕괴시키고 집을 두 채 이상 사들여 양도세 혜택을 보려고 듦으로써 주택의 과다 보유를 부채질할 수도있어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李심의관은 『오히려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을 올해안에 개정해 임대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설교통부 박병선(朴炳善)주택도시국장은 8일 오후에도여전히 『이 안은 원래 재경원에서 제안한 것이며 예정대로 상반기 중 주택임대법 시행령을 바꿔 하반기중 시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梁在燦기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임대주택 사업자 인정범위 해프닝은 통합 경제부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게 과천 관가의 뼈아픈 지적이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부처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건은 재정경제원과 건설교통부의 입장 차이도 그렇지만 같은 재정경제원 안에서 물가를 책임지는 국민생활국과 세금문제를 맡고 있는 세제실의 입장이 다른데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혼선을 더해주고 있다.
어찌 보면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힘 겨루기 비슷하게 된 셈이다.재경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생활국이 조금 경솔했고세제실은 너무 성급했다』고 진단했다.
***관계 부처.국.실 입장 건설교통부는 최근 오르고 있는 전세값을 안정시키려면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같은 임대 사업자 등록 요건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재경원 세제실은 양도세 없이 어떻게 투기를 잡느냐며 절대로 안된다는 입장이며,같은 재경원의 국민생활국은 하루만에 어정쩡한 자세로 변해 있다.지난해말 임대주택법을 만들때 당시 건설부는 임대주택이 1가구 이상만 되면 세금 감면 혜택을 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재무부가 임대주택 사업등록자 관리가 어렵고 주택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함으로써 일단 5가구 이상으로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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