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엔 사회개발회의서 무얼 얻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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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사회개발정상회의는 유엔 창설 50주년을 맞아 사회개발이라는 주제를 놓고「인간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全지구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모임이다.유엔이 아동.환경.인권.인구.여성등 사회부문 을 주제로 일련의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있지만,이처럼 포괄적인 경제사회문제를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며,그 규모에 있어 가위「인류의 행복을 논하는 지구 최대의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지속가능한 인간개발」이라는 매력적인 용어다.경제성장을 도모하되 그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며 환경을 보호하는 개발을 하자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해석된다.이러한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제단 체들만이 아니라 비정부기관(NGO)들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아래이번 회의에는 전세계 5백여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우리나라에서도 12개 단체 4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회의가 국내에서는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외무부등 관련부처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준비했지만 민간의 적극 참여아래 충실한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은실로 유감된 일이다.
세계화라는 화두(話頭)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다소 막막한 현실에서「삶의질」이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세계화만이 타당성이있다는 논리를 수긍한다면 이번 회의는 우리에게 두가지 커다란 소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첫째,한국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모범국가로 세계의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빈곤국을 위해 경제적 기여를 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그러면 정말 한국이 선진국이란 성인용옷을 입을 자격이 있는가.
지난해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한국 경제는 국민총생산이 93년 기준 3천억달러를 넘음으로써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그러나 지난 2월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국민연금등 5개 주요 복지제도의 시행상태를 놓고 볼 때 한국의 수준은 세계 1백22위의 가련한 상태에 놓여있다.경제지표는 선진국인데 국민이 일상적인 삶에서 피부로 느끼는 생활지표는 중진국에도 못미치는 기형적(畸形的)발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번 회의에서 정부와 민간 지도자들은 사회구성원의 자율적인 참여가 배제된 채「先성장 後분배」를 앞세운 그동안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수정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이번 회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류의 행복을 이야기하는데 정부나 국제기관만이 아니라 민간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사회발전을 위해 지나치게 국가에 의존해왔으나진정한 사회발전은 국가만이 전담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민간의 참여가 새삼 강조되고 있다.복지사회란 경제성장이나국가의 더 많은 시혜에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요소간의 세력관계에서 얻어지는 것이며,다양한 민간 및 시민단체의 참여와 감시는 선진국으로의 탈바꿈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민간단체에는 학문.문화.종교.복지.자원봉사.시민운동.평화운동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인류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영역중 정부와 기업 다음의「제3영역」으로서 자발적 공헌에 의해 유지되는 비영리 분야다.제3영역은 앞으로 새로이 개발해야 할 영역이고 이 분야의 발전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조건없이 자유경쟁하자는 강자(强者)의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빈곤.인권.환경등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그리고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고 선망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민 간의 협력강화와 역할분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이번 사회개발정상회의는 이러한 변화를 위한 지혜를 터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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