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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남북 ‘빈 열차’ 운행 이대로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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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문산~봉동(개성) 간 화물열차 운행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최근 열린 남북 군사 실무회담에서 “짐도 없이 오갈 바에야 차라리 운행을 줄이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봉동역까지 나가는 부담도 줄이자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정권의 이벤트성 주먹구구식 대처가 초래한 한 편의 코미디다.

화물열차 운행은 남북 간 긴장 완화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염원이 일단 실현됐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경제적으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물류비용을 감소해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 간 철도 연결과 열차 운행은 가능한 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남북 관계에서 뭔가 성과를 내세우려는 이 정권 특유의 조급성이다. 화물열차가 운행되려면 ‘화물’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철도 사용률이 얼마가 될지 등을 철저하게 점검한 뒤 개통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물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고 개통 날짜(지난해 12월 11일)부터 잡았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꼭 개통식을 거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개통식 직후 ‘빈 열차’ 운행이 문제가 되자 통일부 당국자는 “다음주부터는 화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개통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으나 실제로 화물을 운송한 경우는 불과 몇 차례밖에 안 된다. 특히 섬유 등 일부 입주업체 중에는 열차 이용이 곤란한 곳도 있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화물열차 운행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런 행태를 언제까지 고집해서는 안 된다. 우선 매일 한 번 하는 운행을 부정기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화물 수요량도 철저하게 재조사하라. 새 정부도 개성공단 확대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미리미리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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