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법인카드 등 최소 50가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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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에 고급 승용차는 기본. 책상과 의자가 바뀌고 공기청정기·소형냉장고 등의 사무용 집기도 지급된다. 이 밖에 배우자 정밀 건강검진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별’(임원 승진)을 달면 50~70가지가 바뀐다고 한다. 워낙 혜택이 많다 보니

“평민에서 귀족으로 신분 상승이다” “임원이 돼야 비로소 충성심이 생긴다”는 우스개도 생겼다. 그러나 20년 이상 ‘쎄게’ 승부를 걸어 1~2%의 확률을 넘었을 때 일이다. 특별대우를 받는 만큼 업무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의 한 전직 임원은 “(임원 승진 뒤) 처음 석 달은 각종 혜택에 취해 잠이 잘 오지 않는데 그 이후엔 실적 압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언제 그만둘지 몰라 ‘임원=임시직원’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한국 대기업의 임원 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최소 100,000,000원
4대 그룹의 대표회사 격인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LG전자의 초임 임원 연봉은 1억원대다. 연봉제여서 개인별 차이가 크지만 임원 초임은 삼성전자 1억3000만원대, LG전자 1억2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세금·연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 기준이다. 여기에다 성과급·판공비 등을 더하면 임원의 보수는 직전 직급보다 50% 이상 오른다는 게 정설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요즘은 우수 인재 영입이 중요시되면서 ‘상무는 얼마’ 식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특급 인재 확보에 들어가는 ‘투자’에 한도가 없다는 얘기다.

고급 승용차
품위 유지 차원에서 대기업 임원에게 주어지는 혜택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것이 고급 승용차다. 대기업은 대개 2500㏄급 차량을 지급한다. 삼성의 경우 그랜저TG와 SM7, 오피러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무 이상이 되면 운전기사가 배치된다. LG와 SK도 비슷하다. 다만 현대차는 전무가 돼야 차량이 지원된다. 유류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 차량 유지비는 전액 회사에서 지원한다. 차량 지원을 하지 않는 대기업의 경우 월 50만~70만원의 차량 유지비를 별도 지급한다.

솔깃한 ‘플러스 알파’
삼성·LG 등 대기업 임원들은 법인카드를 받는다. 월 사용한도는 대략 1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같은 항공사들은 임원에게 항공권을 무료 제공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년 임원에게 국내선 무료 항공권 6장을, 임원의 직계 가족과 장인·장모에게도 1인당 3장씩 준다.

확률 1~2%의 바늘구멍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대표 대기업에서 근무자 중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2%밖에 안 된다.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올라서는 데 걸리는 기간은 22.4년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한국경영자총협회, 2005년 100인 이상 396개 기업 대상 조사). 임원이 되려면 능력은 필수고, 도덕성과 인간미까지 갖춰야 한다. 삼성그룹은 지(知)·행(行)·용(用)·훈(訓)·평(評) 등 다섯 가지 덕목을 임원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제시한다. 현대차나 SK·LG 역시 해당 직무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함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퇴직 이후에도 특별 대우
회사를 그만둬도 임원에겐 상당 기간 특별대우를 해준다. 삼성그룹은 퇴직 임원에게 직급별로 1~3년간 퇴직 전 연봉의 80% 수준을 지급한다. 또 퇴직 임원의 모임인 ‘성우회’를 운영해 퇴직 임원의 창업과 네트워크 유지를 돕는다. SK그룹도 퇴직 임원별로 1~3년간 고문직을 부여해 퇴직 전 수준의 급여를 준다. 현대차그룹이나 LG그룹도 퇴직 임원의 직급에 따라 일정 기간 급여를 지원해준다.

이상재 기자 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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