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덕산부도 정부는 개입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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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덕산(德山)그룹이 결국 부도를 내고 관계회사인 고려(高麗)시멘트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덕산그룹은 소유주가 86년 독립경영에 나선후 10년이 안되는 사이에 여러 업종에 걸쳐 계열사를 24개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투자부담을 이겨 내지 못했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부실(不實)을 자초,결국 도산(倒産)으로이어진 경영실패의 한 예다.
덕산그룹 부도가 미칠 충격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우선 이 그룹이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며,거래관계에 있던 영세업체들의 피해 또한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1,2금융권으로부터 확인된 대출만 2천4백 억원에 달하며,실제 부채규모는 훨씬 더 큰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에 미칠 파장 또한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이미 예금인출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계열 충북(忠北)투자금융의 처리문제도 어려운 과제다.정부는 덕산그룹 부도사태에 따른 대 응책과 관련,『가급적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는 기업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에는 무엇보다 원칙이 중요하다.오해의 여지를 떠나 기업부도라는 문제는 기업과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금융기관이 알아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추가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리든,제3자에게 인수시키든,또는 대출금을 떼이는 선에서 지원을 중단하든 이는 경제논리에 의해 당사자간에 풀어야할 과제다.
이런 당연한 논리대신 정부는 정치적 해법(解法)을 찾고,금융기관들은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식으로 물러 앉아온 과거의관행이 잘못된 것이었다.
높은 진입(進入)장벽이 경쟁과 자율에 害가 되듯 퇴출(退出)장벽 또한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정부는 기업문제에대한 불개입 원칙을 분명히 하고 채권금융기관들은 빨리 채권단을구성,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특정기업의 법정관리같은 해결방식은 그 다음 문제다.신규진입이 자유로워야 하듯 기업의 퇴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정한 경쟁과 자율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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